“세계 무대에 걸맞은 콘텐츠를 보강시키는 것이 급합니다. 이를 통해 현재 코엑스가 주최하고 있는 51개 전시회를 아시아 톱 브랜드로 육성해나가겠습니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코엑스(COEX). 한국 전시산업의 대표주자인 이 회사는 오는 2010년까지 아시아 1위의 허브 컨벤션센터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비전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재관 코엑스 사장을 만나 그가 구상하고 있는 구체적인 실천 전략들을 들어보았다. 정 사장은 대뜸 “(코엑스가 허브 컨벤션센터로 도약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액션 플랜은 ‘글로벌라이징’”이라며 “전시 관련 산업은 지금까지도 유럽이나 미국이 중심이 돼서 움직이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 축을 아시아권으로 이동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심축을 아시아권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희망사항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아시아 각국의 특성을 살린 특화된 전시회를 개발하면 세계인의 이목을 끄는 데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한ㆍ중ㆍ일을 대표하는 전시장들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코엑스는 지난해 10월 중국국제전시장(CIEC) 및 일본 도쿄빅사이트(Big Sight)전시장과 각각 상호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이 같은 구상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정 사장은 이와 관련, “한ㆍ중ㆍ일 3국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아시아 순회전시, 3국 공동의 전시 프로모션ㆍ마케팅 등 후속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며 “3국 대표 전시장간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전시산업시장에 진입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구상하는 글로벌라이징 전략의 또 다른 핵심은 각종 국제회의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 이를 위해 코엑스는 주도적으로 서울 컨벤션뷰로(CVB)를 설립할 정도다. 덕분에 정재관 사장은 CVB의 초대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정 사장은 “CVB를 서울시ㆍ관광공사 등 유관기관과 손잡고 국내외 공동마케팅을 펼쳐 현재 87건인 국제회의를 2010년 150건으로 확대시킬 것“이라며 “이 같은 작업이 성공하면 현재 세계 15위권인 코엑스의 위상을 세계 10위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코엑스는 2010년 150건의 국제회의를 유치할 경우 총4만명의 외국인이 참가해 3,062억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용유발효과도 1만6,000명에 이르러 1,582억원의 부가가치도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 사장은 또 “코엑스를 업그레이드하려면 직원들도 글로벌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소신 때문에 정 사장은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직접 챙기기도 한다. 그는 우선 글로벌 마인드를 고취시키기 위한 교육프로그램과 전직원을 대상으로 한 3박4일 배낭연수를 마련했으며 이를 통해 각자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정 사장은 이와 함께 “전시 컨벤션센터인 코엑스에 문화서비스 인프라를 확충해 시민의 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강화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젊은 아티스트에게는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연장을, 시민들에게는 쉽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콘서트장을, 종교인에게는 예배나 미사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학생이나 사업가들은 전시회를 자주 찾아 학습 또는 리서치ㆍ창업 등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각종 전시회를 통해 학생들은 미래의 꿈을 키우고 비즈니스맨은 사업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도록 코엑스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코엑스가 자리한 무역센터의 문화인프라 시설은 전체 면적(32만평)의 2.0%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나마 영화관을 제외하면 0.03%에 불과한 실정이다. 때문에 코엑스는 복합건물로서의 기능을 보완하고 부족한 문화시설을 확충함으로써 한국의 다양한 문화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현장서 현물보고 현상 살핀다" 정재관 사장은 철저한 현장 중시형 최고경영자(CEO)이다. 그는 평소 '현장에서 현물을 보고 현상을 살핀다'는 이른바 '3현(現)주의'를 경영 모토로 삼고 있다. 현장에서만 고객만족이 실현된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정 사장이 전시ㆍ컨벤션 주최자나 해외 바이어, 기업 관계자를 그 누구보다 현장에서 자주 만나고 많은 시간을 갖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달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렸던 아트페어의 사례는 고객과 현장을 중시하는 정 사장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는 아트페어를 둘러보던 중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손가방을 잃고 귀국을 서두르던 독일인을 발견하고 명함까지 직접 만들어 건네주었다. 이 바이어는 다음날 정 사장을 찾아와 새로 제작된 첫 명함을 직접 주고 싶다며 거듭 감사의 말을 남겼다. 코엑스의 한 관계자는 "항상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하는 정신을 직원들이 배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고객과 최전선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보안파트의 협력사 직원과도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있다. 이는 고객만족이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는 그의 평소 지론 때문이다. 정 사장은 또 부임 이후 임직원 개개인을 최고의 전문가이자 CEO로 육성하기 위해 남다른 열의를 보여주고 있다. 코엑스가 과거 20년 동안 국내 전시컨벤션산업의 선두를 달렸지만 세계적인 리더로 우뚝 서려면 임직원 모두가 CEO의 글로벌 마인드와 고객만족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게 정 사장의 경영철학이다.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코엑스의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글로벌인재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했다. 또 언제 어디서든 직원들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열린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애쓰고 있다. ◇약력 ▦41년 서울 출생 ▦서울고, 서강대학교 졸업 ▦64년 공군 50기 장교 입대 ▦69년 한국비료 입사 ▦77년 현대종합상사 홍콩법인장ㆍ중국본부장 ▦99년 현대종합상사 대표이사 사장 ▦2002년 현대종합상사 대표이사 부회장 ▦2004년 코엑스 대표이사 사장(현) ▦2005년 서울컨벤션뷰로 이사장(현) /김성수기자 sskim@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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