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경기침체 위기에 빠지자,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명성도 추락하고 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재임시절 '세계 경제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최고의 경제 권위자로 추앙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여름 미국 부동산시장이 붕괴하고 이에 따라 전체 경제마저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되자 재임시절 방만한 통화정책으로 경제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지난 2000~2005년의 부동산 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현재의 경제위기를 자초했다며 뉴욕타임스와 미 기업경제연구소(AEI)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악마는 뒤진 자부터 잡아간다: 금융투기의 역사'의 저자인 에드워즈 챈설러는 "가계소득 증가 덕분에 쌓아 올린 그린스펀의 명성에는 거품이 끼어 있다"면서 "경기가 하강하면서 슈퍼 스타로서 그의 위상도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의 위상에 대한 위협은 그의 명성 뿐만 아니라 그가 18년6개월간 재임하면서 추진해온 통화정책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판적인 경제전문가들은 "그린스펀이 모기지 대출 증가 및 주택가격 급등이 가져올 거품을 줄일 수 있는 금리인상을 주저하고 시장 개입을 극구 꺼려하는 바람에 미국 경제를 오늘날 위기로 몰아 넣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규제와 통화정책이 할 수 있는 역할과 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앨런 블라인드 전 FRB 부의장과 미 중앙은행 역사의 최고 권위자인 앨런 멜처 카네기멜론대 교수 등도 여전히 그린스펀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그린스펀 재임중 경제가 두 차례나 침체를 겪었지만 두 차례 모두 1년이 채 안돼 회복됐고 무엇보다 그가 미국 경제의 최장기간 호황을 이끌었다는 게 옹호론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그린스펀 후임으로 들어 선 벤 버냉키 현 FRB 의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린스펀의 자유방임적인 시장접근 대신에 새로운 규제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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