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했던 성 김 미 국무부 한국 과장이 지난 10일 방대한 양의 북핵 관련 자료를 가지고 서울로 돌아옴에 따라 북핵 협상이 급진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6~7월 북한은 핵 프로그램 신고 절차를 마무리하고 미국은 곧바로 선고서 검증 절차를 거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비핵화 3단계인 북핵 폐기 문제가 북핵 6자 회담에서 본격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핵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 들어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지 않아 당장 정부가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의 기조를 이어가며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는다면 정부도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 ◇북핵 ‘신고’ 넘어 ‘폐기’로 가나=일단 북한은 성 김 과장의 방북 협의를 끝으로 조만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공식 핵 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6자회담 참가국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신고서를 각국에 회람하고 곧바로 6자회담 재개 수순에 들어가게 된다. 외교 소식통들은 대체로 6자회담 재개 시점을 다음달 초로 관측하고 있다. 6자회담에서 비핵화 3단계인 북핵 폐기문제를 본격 논의할 경우 대략 8월쯤 6자회담 참가국 외교장관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북한이 핵 신고서를 중국에 제출하는 시점에 맞춰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의회통보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3단계 논의 진전 여부에 따라 테러지원국 해제는 대략 7월 정도로 예상된다. 비핵화 2단계 시공도면에 해당하는 10ㆍ3합의 발표 이후 지난 7개월간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제 핵 신고 고비를 넘어가는데 성공한 것으로 북핵 외교가는 판단하고 있다. 북핵 신고 및 폐기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북한은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영변 원자로 가동일지 등 각종 기록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데 이어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할 경우 24시간 안에 불능화 대상인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관계 경색 완화될까=새 정부에서의 남북관계 개선은 북핵문제 해결과 연계돼 있다. 새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비핵ㆍ개방 3000’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북한의 개혁ㆍ개방을 적극 지원해 북한 주민의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 수준으로 높여주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핵 프로그램 신고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만큼 신고와 검증 절차에서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면 정부도 북한에 ‘성의’를 보일 수밖에 없다. 우선 최근 북한의 식량 사정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가 식량 지원을 바탕으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이 50만톤가량의 식량을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만간 한미가 워싱턴에서 대북 식량 지원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에 의해 철저히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북한의 대남방송인 평양방송은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역도’ 등의 극언을 사용하면서 “‘비핵개방 3000’이라는 엉터리 궤변을 들고 나서 북남협력 사업에 빗장을 지르고 있다”며 공세를 취했다. 이명박 정부에 적개심이 여전한 셈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당분간 남북관계 긴장도를 늦추지 않으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나가는 이중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대북사업 100억원대 지원…정부, 15일 회의서 의결할듯 한편 정부는 오는 15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회의를 열어 올해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 사업에 약 100억원대의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기로 의결할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통일부는 지난 2월께 민간 대북지원 단체들에게 일괄적으로 총 62건의 협력기금 지원 신청을 접수한 후 심사를 진행해왔다. 정부는 범 정부 차원의 예산절감 기조와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협력기금 사용 투명성 문제 등을 감안, 올해는 작년 지원 규모인 117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한 100억원대의 기금을 민간단체들에 지원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부는 가급적 민간단체의 자체 조달액수만큼 지원하는 이른바 '50대50'의 매칭펀드 원칙을 적용하고 기금 사용 투명성 문제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단체들에 대해서는 지적 사실을 감안해 지원 규모를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대경기자 kw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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