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협에서만 5,641건이 나온 정책 제안들은 리커창 총리가 이끌어갈 5세대 경제팀의 '신형 도시화'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도시화'로 박사 학위 논문을 쓴 리 총리가 강조하는 '신형 도시화'는 융합을 강조한다. 도로ㆍ인프라ㆍ설비 등 하드웨어의 확충에 집중했던 기존의 '양적 확장'에서 벗어나 교육ㆍ양로 등 사회안전망 확대를 통한 '도농일체화'의 질적 성장을 강조한다. 양회기간 나온 모든 문제제기와 정책제안이 '신형 도시화' 정책에 모두 흡수되는 셈이다.
중국의 도시화는 세계 역사에도 큰 획을 그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는 중국의 도시화를 21세기 경제 발전의 대사건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말까지 중국의 도시화 인구는 7억1,200만명으로 도시화율도 52.57%에 이르며 세계 평균 수준에 도달했다. 그렇다고 질적 수준까지 올라선 것일까. 도농ㆍ빈부간 격차는 줄어들었을까. 주민들은 모두 행복할까.
리커창 총리의 '신형도시화'는 이런 세 가지 질문에서 출발했다. '신형도시화'의 핵심은 우선 낙후지역에 대한 집중 개발이다. 과잉투자 우려가 있지만 재정적자를 지난해 8,000억위안에서 올해 1조2,000억위안으로 늘린 것도 낙후지역에 대한 도시화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낙후지역에 대한 투자는 5세대 지도부의 정치적 안정과도 연계된다. 중국 정부의 골칫거리인 티베트의 경우 오랫동안 자급자족형 농업ㆍ목축업에 종사하다 급격한 도시화 및 정착 정책의 부작용으로 빈부격차ㆍ실업난ㆍ물가고에 시달리며 반중 세력으로 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민공 문제 해결도 '신형도시화'의 숙제다. 원자바오 전 총리는 지난 5일 정부업무보고에서 중국인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거론하며 도시화의 현안인 후커우(호적) 제도 개혁의 발판을 마련했다.
후커우 개혁을 통해 농민공이 도시민 자격을 부여 받게 되면 취학ㆍ취업ㆍ보건의료ㆍ부동산 취득 등 그 동안 차별 대우를 받던 공공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당연히 소득이 올라가면서 소비 증가로 이어져 내수 확대에 기여할 것이란 게 중국 지도부의 판단이다. 당궈잉 중국사회과학원 농촌발전연구소 주임은 "2억6,000만 명에 달하는 농민공들을 '주거지 굴레'에서 해방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공이 도시 빈민층으로 추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저소득층 주거 개선 작업도 추진된다. 보장주택 630만가구를 추가로 건설하고 부동산 가격 억제정책을 잇따라 내놓는 것도 신형도시화 전략의 연장선상으로 읽힌다.
특히 리커창 총리의 신형도시화 계획은 낙후된 내륙도시에서 집중 추진된다. 중서부 20개 지역에 대도시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180개 대도시 및 1만 개 중소 도시에 대한 투자 계획이 포함된다. 청년 노동력이 빠져나간 농촌은 영농 집단화로 도농일체형 도시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경제성장도 신형도시화와 맞물려 진행된다. 중국 새 지도부는 앞으로 도시화율을 매년 1%씩 확대해 2020년에 60% 이상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중국 관련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도시화율이 1%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약 1,300억 위안의 소비 증가와 약 1조3000억 위안의 투자 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중국사회과학원은 후커우 제도 개선에 따라 농민공을 도시민화 하는데 10조위안의 돈이 들어갈 예측하고 있다. 또 농민공이 사회보험제도의 혜택을 받는 데만 연간 8,100억 위안이 들어가고 농촌에 있는 자녀들을 도시로 전학시켰을 경우 비용도 수조원대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사회과학원은 20년내 5억명의 농민을 시민화하는데 최대 50조위안의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은 중국 중앙정부의 재정이 튼튼하고 지방 정부 채무를 합리적 수준에서 통제할 수 있다고 하지만 도시화에 따른 비용과 효과 측면에서 계산기를 두들길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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