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고향마을’에 사는 사할린 동포들의 든든한 후원자 오창석(58ㆍ사진)씨.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직 집도 없는 형편이지만 마음만은 대기업 회장 부럽지 않은 부자다. 경기도 안산의 사할린 동포 영주 귀국자 지원시설 ‘고향마을’에 정착한 노인들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은인’이다. 오씨는 지난 2003년 ‘사할린귀국동포후원회’를 결성해 4년째 김장을 담가주고 러시아에 사는 피붙이를 초청해줬다. 안산에서 장례식장을 직접 운영하는 그는 4년간 생을 마감한 150여명 동포의 시신에 직접 수의를 입혀 장례를 치러주기도 했다. 경비는 물론 후원회장직을 맡고 있는 오씨가 직접 내놓은 것이다. 그는 80년대 양로원을 직접 운영했고 그 후 충북 음성 꽃동네에 지속적으로 수의를 기증한 바 있다. 97년엔 자신의 한쪽 신장을 얼굴도 알지 못하는 학생에게 기증해 생명을 살렸고 이미 골수와 간을 기증하겠다고 서약했다. “주변에서는 나를 마음 좋은 부자쯤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실 전 가진 돈이 별로 없습니다.” 여전히 부인ㆍ자식들과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 오씨지만 어린 시절 겪은 배고픔 때문에 차마 어려운 이웃들을 외면할 수 없게 됐다. 14세 때 아버지가 죽고 일본인 어머니가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밑바닥 인생을 처절하게 경험했던 것. “어린 시절 끼니를 거르는 고통 속에서 어른이 돼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주머니에 만원이 생기면 5,000원을 쪼개 어려운 이웃과 나눠 쓴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는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내가 사는 보람을 느끼는 유일한 일이 남을 돕는 것”이라며 “이렇게 사는 게 숙명인지도 모른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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