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25는 프로들이 즐기는 응수타진이다. 만약 백이 참고도1의 백1로 뛰어나오면 그때 흑2로 지킬 예정이다. 흑6까지가 자주 출현하는 패턴인데 흑이 다소 활발해 보인다는 평가가 나와 있다. 이 코스를 흑의 주문이라고 본 이창호가 백26으로 붙여 역으로 응수를 묻고 나섰다.
"웅크리면서 주문을 걸고 있어요."(김주호8단)
이창호가 원하는 것은 흑이 참고도2의 1에 움직이는 그림이다. 백4까지를 선수로 활용하고 6으로 귀를 유린할 예정이다. 백10까지가 예상되는데 이 전투는 백이 편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창호가 저단자 시절부터 애용해온 방식이다. 이세돌은 그 책략에 말려들지 않고 선선히 흑 한 점을 포기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그 다음이 어렵다. 포석의 상식 대로 둔다면 마땅히 하변에 착점해야 한다. 좌하귀와 우하귀에 쌍방의 세력권이 형성되어 있는 마당이므로 하변의 중앙 화점이나 그 언저리에 흑이 선착하면 우하귀의 흑진은 양날개를 편 이상적인 포진이 된다. 그러나 백도 좌상귀 방면에 거대한 모양을 지니고 있다. 이세돌이 8분간 숙고하고 33으로 쳐들어갔다.
"부수고 보네요. 상대방의 큰 집이 생기는 걸 눈뜨고는 못 보겠다 이것이지요."(양재호)
13분을 숙고하고 이창호는 34를 두었다. 흑37의 강타에 검토실의 고수들이 탄성을 발했다.
"박력 좋고. 이세돌의 강타입니다."(김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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