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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로펌이 살 길은 亞시장 진출하는 것"

강성 법무법인 지평지성 대표변호사<br>동남아 법제 정착 제대로 안돼… 자문 능력 있으면 경쟁력 충분…<br>베트남·라오스·泰 등에 사무소<br>시장개방으로 10년내에 지각변동… 독점지위 대형 로펌도 미래 불투명…<br>글로벌 로펌과 제휴 등 다각 검토


"앞으로 10년이 고비입니다. 법률시장 개방에 따라 10년 안에 시장에서 살아남을 '적자'가 가려지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와 미국ㆍ유럽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영ㆍ미계 대형 법무법인(로펌)의 국내 법률시장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7일 법무부에 정식심사 신청서를 내민 영국 로펌 클리포드 챈스, 미국 로펌 롭스 앤 그레이 등은 "우리와 국내 로펌은 업무영역이 다르다"며 외국 로펌의 국내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에 선을 긋는 모습이지만 과연 그럴까. 누구보다 시장 개방을 고민하고 있을 국내 로펌 대표들은 앞으로의 로드 맵을 짜느라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강성(44ㆍ사진) 대표변호사 역시 마찬가지다. 강 대표 변호사에게 시장의 판도를 묻자 그는 '10년'이라는 기간을 강조했다. 강 대표 변호사는 "5년 뒤에는 법률시장이 완전히 개방되고, 그렇게 되면 국내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던 로펌이라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며 "그 다음 5년 동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살아남을 로펌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평지성은 업계에서 진취적인 이미지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강 대표 변호사의 시각도 한 몫을 했다. 강 대표 변호사는 예전 한 언론 기고문에서 국내 법조계에 '규모ㆍ전관ㆍ수임료ㆍ경력의 우상이 있다'는 비판을 한 바 있다. 이중 규모의 우상은 대형 로펌만 찾는 분위기를 꼬집는 것이다. 강 대표 변호사는 "여전히 대형 로펌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면서도 "점점 사안 별로 강점이 있는 로펌을 찾는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규모가 작은 로펌이라도 실력을 키우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실력을 키우려는 지평지성의 노력은 결실을 맺고 있다. 지평지성은 올해 1ㆍ4분기 기업인수합병(M&A) 자문 분야에서 국내 1위,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종합 6위에 올랐다. 포스코와 STX를 대리해 호주의 철광석 광산 개발업체인 로이 힐 홀딩스 Pty(Roy Hill Holdings Pty)의 지분을 인수하는 거래에 자문을 제공하면서다. 지평지성은 이번 M&A에서 포스코의 주 자문로펌으로 호주 로펌인 프리힐스를 현지 로펌으로 활용하며 전체 자문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 대표 변호사는 "지평지성은 자문 매출이 60%"라며 "당장 송무팀 규모가 작아 문제이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자문 쪽에 중심이 맞춰진 회사가 더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평지성이 갖는 자문분야에서의 강점은 이 로펌의 미래에 대한 강 대표 변호사의 복안과도 연관이 있다. 지평지성은 베트남 호치민과 하노이,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 사무소를 낸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국내 최초로 태국에 진출했다. 아시아 시장을 넓히는 데 공을 들여온 것이다. 강 대표 변호사는 "단순히 매출을 더 높이기 위해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 기업의 상장을 현지에서 주관한 경우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의 의미가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왜 아시아인가'하는 질문에 강 대표 변호사는 솔직하면서도 현실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한국 로펌의 경쟁력은 외국과 견줘 사실상 높지 않다"며 "경험이나 인적 역량을 따져도 영미계 로펌과 정면 대결은 쉽지 않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신 한국 로펌이 살 길은 아시아 시장을 잡는 것"이라며 "자국 시장이 워낙 넓은 중국, 이미 역량이 탄탄한 호주, 일본을 제외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동남아시아 전체 국가를 합치면 중국 절반 정도 크기의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고, 법제가 완전히 자리를 잡은 국가가 많지 않아 자문 능력이 뒷받침 된다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할 일이 많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 변호사는 "지평지성은 자원, 에너지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이 있다는 점도 유리한 점"이라고 꼽았다.

강 대표 변호사는 외국 대형 로펌과의 제휴 관계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독자생존, 글로벌 로펌과의 제휴, 그리고 아시아 출신 로펌들과 합작 회사를 차리는 방법 이 세 가지. 강 대표 변호사는 "국내 시장에 안주해있던 미국계 대형 로펌이나 이 밖에 해외 진출을 노리는 로펌과 손을 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형 로펌과 손을 잡으면 아무래도 국내 로펌 정체성이 흐려지는 게 아니냐고 묻자 강 대표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무래도 자신들의 룰에 따르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러나 국내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 아무래도 인지도가 높은 국내 로펌을 활용하는 것이 전략적이라는 사실을 외국 로펌도 알 것"이라고 봤다. 강 대표 변호사는 이어 "외국 대형 로펌이 한국 시장에 오는 것은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라기보단 기존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국내 시장에 확보해놓은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내 로펌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강 대표 변호사는 "(고객을 잡기 위해)과도하게 투자하지 않아도 되고, 국내 유수 로펌의 질 높은 협력 역시 가능하니 그쪽이 먼저 손을 내밀 것"이라며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실패해 발을 빼며 얻은 교훈을 익혔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실제로 우리와 조율을 한 외국 유수의 대형 로펌이 두어 군데 있다"고 덧붙였다.

로스쿨 제도에 대해서도 강 대표 변호사는 비교적 현실적인 답을 내놨다. 강 대표 변호사는 "로스쿨 제도 때문에 코가 석자인 건 로펌이 아니라 로스쿨생"이라며 "변호사만 고집하지 말고, 리걸 마인드를 갖고 일반 직장에서라도 기반을 먼저 닦는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대표 변호사는 "로스쿨생들끼리 힘을 모아 그들만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면서도 "로스쿨에서도 이들을 로펌 업무에 맞을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며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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