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발단은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들의 매니저들이 받는 엄청난 보수에 대해 그동안 공개 기업들이 내는 자본 소득에 대한 세율 15%만 부과한 게 잘못됐다는 견해가 나오면서부터. 펀드들은 공개 기업이 아닌데 왜 공개 기업들이 누리는 세율 특혜를 누리도록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펀드들은 당연히 일반 기업들의 영업 이익에 부과하는 35% 세율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경제계와 정치계의 상당한 호응을 받았다. 이는 곧이어 의회에까지 알려지면서 정치문제로 비화됐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돈도 잘 벌고 세금도 낮은 세율로 내면서 전성기를 누리던 사모펀드나 헤지펀드가 이 문제를 가지고 신경을 쓰게 된 것은 당시 일리노이 대학의 한 젊은 교수가 쓴 논문 때문이었다. 학술지에 발표도 되지 않은 이 논문이 어쩌다 워싱턴의 의회 연구원들의 눈에 띄면서 의회에서 이슈화되자 의회는 발칵 뒤집혔고 이 젊은 교수는 뜻하지 않게 정치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었다. 당시 해당 펀드 매니저들의 수입이 모두 합쳐서 17억달러라는 엄청난 수준으로 추산되자 예산적자로 고민하던 의회의 눈이 반짝 뜨였다. 이들에 대한 과세 문제가 세수 확보의 새로운 대상이 발견된 것으로 간주되면서 추가 과세 대상 후보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자세한 얘기는 너무 전문적이라 여기서 다 이야기할 형편도 안 되고 독자 여러분이 읽기에 따라 재미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만 줄이기로 한다. 다만 이 문제가 갖는 사회경제적 의미가 한국에서의 세금에 대한 인식과 관련해 우리에게 세금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일반적으로 말해 세금이란 사회나 국가에서 필요해서 걷게 되는 것이라 사회구성원 누군가는 세금을 내야 한다. 부자나 여유가 있는 사람들, 특히 돈을 많이 번 이들이 세금을 더 내면 가난한 자 등 다른 이들의 부담이 당연히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일반 대중의 사회적 불만이 쌓이게 된다. 미국에서는 정치적으로 민주당 쪽에 있는 이들이 부유층 징세에 대해 항상 적극적이고 공화당 쪽은 상대적으로 너무 많은 과세에 반대하고 있다. 일어난 지 몇 년이 지난 일이기는 하지만 이 일을 조용히 돌이켜 보면서 필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한국 신문에서 읽은 강남 아파트 소유자들의 애환(?)이 생각났다. 평생동안 저축이라고는 살고 있는 아파트가 전부인 은퇴 연령의 강남아파트 소유주들이 노무현 정부의 ‘세금폭탄’이 두려워 집을 팔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동안 부동산 값 폭등으로 아파트 매매에서 올 이익이 4억원이나 된다면서 6,000만원이나 되는 세금이 두려워 집을 팔지 못한다는 얘기가 선뜻 납득이 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평생 정말 엄청난 세금을 내는데 이제는 이력이 났는지 세금이 주는 고통에 만성이 돼버린 우리 미주 동포들에게는 무척 이해하기 힘든 발상이었다. 솔직히 얘기해서 4억원이라는 돈이 벌리면 6,000만원을 세금으로 내더라도 3억4,000만원은 자기 돈이 되는 것이 아닌가. 4억원 번 것은 자기 것이고 6,000만원 세금 내기는 ‘폭탄’ 보듯 하는 한국 사람들의 그 세금 보는 마음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느낀 게 또 하나 있다. 세금을 낸다는 것, 그리고 세금을 내는 마음은 사실 버릇 들이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뉴욕의 웨스체스터 카운티는 주택에 대한 재산세가 높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재산세가 높으니 학교로 가는 보조금이 많고 그래서 공립 학교들의 질이 엄청나게 좋다. 학군이 좋으니 집값도 당연히 높다. 그런데 학교에 다니는 어린 학생들이 없는 집에서도 높은 재산세는 전혀 즐거운 일이 아니겠지만 다들 잘도 낸다. 이는 오랫동안 세금을 내다 보니 높은 세금 내는 버릇이 들어서 이젠 당연지사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기관 신속한 정보제공 필요
한국에서의 부동산 거래는 고국을 일찍 떠나온 필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러나 옛날 가난하고 어렵게 살던 시절 싸게 내던 세금의 단맛에 우리 동포들이 너무 오랫동안 취해 고질병이 된 게 아닐까. 세금은 한번 내기 시작해 버릇이 되면 내기가 더욱 쉬워진다는 게 이곳 미국 생활에서 느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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