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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사위로 풀어낸 梅·蘭·菊·竹

6~8일 무대에 오르는 국립무용단 ‘묵향’의 한 장면. /사진제공=국립극장

아무런 장치 없이 깔끔한 무대, 네 폭의 하얀색 막이 무대 상부에서 바닥까지 펼쳐진다. 순백색의 화선지 같은 무대를 수놓는 건 한복의 풍성한 치맛자락과 어우러진 한국 전통 춤사위다.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하는 무용극‘묵향(墨香)’이 다음 달 6∼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사군자(매·난·국·죽)를 한국 전통 춤으로 형상화한 ‘묵향(墨香)’은 사군자가 상징하는 봄·여름·가을·겨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군자의 시선을 담은 작품이다.

‘묵향(墨香)’의 총연출은 패션브랜드 ‘구호’(KUHO)의 디자이너였던 정구호(51)가 맡았다. 그는 대기업(제일모직) 임원으로 10개가 넘는 브랜드를 총괄하면서도 영화‘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황진이’등의 의상을 책임지며 다방면에서 예술적 감각을 발휘해온 인물이다. 이달 중순 10년 간 일해온 제일모직 둥지를 떠난 그는 국립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뜻 깊은 새 출발을 감행했다. 국립무용단의 작품‘묵향(墨香)’의 의상과 음악, 무대 디자인이 모두 그의 손에서 한 데 어우러지게 됐다. 국립무용단과는 지난 4월 무용가 안성수와 호흡을 맞춘‘단(壇)’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윤성주 국립무용단 예술감독과 합을 맞췄다. 한국무용가 최현(1929∼2002)의‘군자무’를 바탕으로 윤 예술감독이 안무를 맡아 재창작했고, 의상과 음악·무대 디자인을 포함한 총연출은 정구호가 맡았다.



이번 공연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의상이다. 한복이 지닌 전통미를 살림과 동시에 곳곳에 감각적인 멋을 가미했다. 의상은 전통 복식을 따르되 치마 부분을 봉곳하고 풍성하게 과장했으며, 저고리의 길이는 짧아졌고 고름도 없앴다. “전통이 동시대와 호흡한다는 느낌을 전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빛이 나되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은 멋스러움, 고루하고 촌스럽다는 통념을 깨고 우리 춤의 독창성을 전할 정구호와 국립무용단의 만남이 기대되는 이유다. 2만∼7만원./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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