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우려가 짙어질수록, 국제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에 대한 매력이 증폭되고 있다고 15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최근들어 미국의 경기침체가 가시화하면서 달러화 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외환 트레이더들이 엔화 매수세로 돌아섰다. 금융청의 자료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2,688억엔 어치의 일본 유가증권을 순매수했다. 엔화는 지난 6개월간 달러화에 대해 13%나 가치상승했다. 15일 엔화 환율은 1달러당 107.88엔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동안 엔화는 영국 파운드화, 한국 원화, 멕시코 페소 등 다른 16개 주요 국가의 기준통화에 대비해 1999년 이후 처음으로 크게 절상됐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올해에는 달러와 유로화 대비 각각 4.3%, 6.8%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리먼브러더스는 심지어 1달러당 95엔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엔화의 가치상승은 외환투자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지 몰라도 수출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제에는 큰 타격이 된다는 지적이다. 엔화의 매수규모는 2004년 1ㆍ4분기 일본 금융당국이 수출안정을 위해 환율시장에 처음 개입했을 때 달했던 14조8,000억엔(1,370억달러)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도 경기침체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일본 기업들은 보유외환을 엔으로 바꾸는 등 엔화의 추가 절상을 막으려 하고 있다. 앨런 아이스너 밀레니엄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헤지펀드 매니저는 “지금이 엔화를 살 좋은 시기”라며 “세계경제가 썩 좋지 못한 시기에 시장은 반대로 움직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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