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의 몰락으로 전 세계 금융권이 요동쳤다. 한국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달러환율이 2년 2개월 만에 1,000원대를 넘었고, 코스피 지수도 급락했다. 이 같이 한 국가의 경제 문제가 전 세계에 여파를 미치는 현상은 1990년대 이후 추진돼 온 강대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돼 온 세계화의 대표적인 후유증 중 하나다. 클린턴 정부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1995~1997년), 세계은행 부총재(1997~2000년) 등 세계화를 주도했던 정부와 세계기구에서 일하면서도 세계화를 비난했던 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2002년 '세계화와 그 불만'을 통해 부자나라의 일방적인 세계화가 지구촌을 얼마나 망가뜨렸는지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빚어지는 불확실성에 관한 연구로 지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는 후속편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에서 1990년대 이후 진행되는 세계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혁방안을 제시한다. 세계가 모두 잘 먹고 잘 살자는 목표아래 시행된 세계화. 그러나 그간의 성적표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세계 65억 인구 중 약 40%가 빈곤상태이며, 6분의 1인 8억7,700만명은 극빈상태에서 살고 있다. 부자나라들이 주도가 된 자유무역으로 지적재산권이 강화되자 개발도상국들에게 복제약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 탓에 100여 달러면 충분했던 약값을 1만달러로 올리는 부작용의 경우까지 발생하게 된다. 저자가 거부하는 것은 세계화가 아니라 잘못된 방식의 세계화다. 제대로 세계화가 추진됐다면 지금처럼 빈곤이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렇다면 대안적인 세계화는 불가능한 것일까. 저자는 "지구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세계화는 가능하다"고 명쾌하게 답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세계화는 미국,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이 주도해 부자나라를 대변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를 개선하는 첫 단추는 국제 기구의 의결방식을 민주주의로 바꾸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또 무역체계에서 양자 시스템을 저지하고 IMF 등 국제기구의 의결방식의 민주화, 강자들의 지적재산권 관련 횡포 규제와 지구온난화 대응, 빈국에서 부국으로 돈이 역류하는 글로벌준비제도의 개혁, 빈국들의 부채문제 해결, 공정무역, 달러 대신 세계통화를 만들어 기축통화로 삼을 것 등을 제안했다. 한편 한국어판 특별기고문 '한국 외환위기 10년, 세계화의 명암을 돌아본다'에서 그는 1997년 당시 IMF가 한국 정부에게 자본시장을 자유화해야 한다고 밀어붙인 것은 잘못된 처방이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는 일부 월가 기업들의 배만 불릴 뿐이었으며, 한국 기업을 거저 줍다시피 한 미국 투자자들은 엄청난 횡재를 했음에도 자본 이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견실한 경제를 운영해 세계화에 성공한 국가로 평가하며, 한국의 성공모델을 세계 개발도상국에게 전파해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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