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수백개 차명 의심계좌가 개설된 은행과 증권사 등 5개 금융기관에 대해 차명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금감원에 요청했다고 30일 밝혔다. 대상 금융기관에는 CJ 일본법인장이 운영하는 '팬 재팬'에 240억원을 대출해준 신한은행과 CJ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CJ그룹에 차명계좌 다수를 개설ㆍ관리하도록 허용했다면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돼 실태를 검사하도록 의뢰한 것"이라며 "주로 국내 은행ㆍ증권사의 국내 계좌가 대상"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계좌 개설일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거래 내역과 차입금·상환금 등의 존재 여부 등을 들여다보게 된다. 또 은행·증권사 내부의 업무 프로세스를 점검해 임직원들이 CJ그룹의 차명계좌 개설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 또는 공모했는지, 내부 통제나 확인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살필 예정이다.
금융기관이 계좌를 개설할 때 계좌 명의인이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면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다. 다만 금융기관 직원들이 차명계좌를 개설해준 것은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검찰은 금감원에 검사를 통보한 이유에 대해 "수사 진행에 따라 필요하면 언제든지 금감원에 통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별도의 영장 없이도 금융기관 계좌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이 계좌의 차명 여부를 확인한 뒤 조사 결과를 넘기면 계좌의 실제 명의자와 CJ그룹과의 연관관계를 확인하는 검찰 수사가 크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검찰은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으로부터 CJ와 CJ제일제당의 주식거래 내역과 CJ그룹의 국내외 주식명단 등을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차명계좌 추적을 통해 단순히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에 그치지 않고 CJ그룹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불법적인 자금 세탁 여부, 해외 재산도피 의혹까지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지난 29일 이재현 CJ그룹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해온 압수물을 분석하며 이 회장의 소환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할 내용이 많다"며 "당장 소환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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