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알루미늄 업체인 알코아를 시작으로 미국 기업들이 지난해 4ㆍ4분기 어닝 발표 시즌에 돌입하는 가운데 실적급락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경제의 각종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지만 세계경제 둔화의 여파로 지난해 4ㆍ4분기 이익증가율이 큰 폭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와 비용 구조조정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개선됐던 기업들의 실적이 한계에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4ㆍ4분기 S&P500기업의 순이익은 전년동기에 비해 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 2009년 9월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투자리서치 기업인 베스포크인베스트먼트 역시 S&P500기업의 지난해 4ㆍ4분기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지난해 9월에는 14.4%였지만 3일 조사에서 6.2%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지표가 최근 호조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이처럼 미국 주요 기업들의 수익성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확산되는 것은 유럽과 이머징국가들의 경제성장 둔화라는 해외요인 때문이다. BoA메릴린치에 따르면 S&P500기업 매출의 40%가 유럽과 이머징마켓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경제는 채무위기 확산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올해 유럽연합(EU) 국가들의 경제는 -0.2%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미국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계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온 이머징경제 역시 주춤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11년 만에 가장 낮은 8.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남미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브라질도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3ㆍ4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0%로 떨어졌고 브라질 중앙은행은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3.5%에서 3%로, 올해는 4%에서 3.5%로 각각 떨어뜨렸다.
이 같은 이머징마켓의 성장둔화는 곧바로 산업재와 원자재 기업의 실적감소로 연결된다. 베리 냅 바클레이스에쿼티 스트레티지 헤드는 "최근 수년간 주요 산업재 기업들은 이머징마켓 성장의 혜택을 톡톡히 누려왔지만 이제 끝나간다"고 분석했다.
9일 장 마감 이후 실적을 발표해 어닝시즌의 테이프를 끊는 세계 2위의 알루미늄 업체 알코아는 4ㆍ4분기 중 57억6,000만달러 매출에 주당 10센트의 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의 56억달러 매출에 주당 20센트의 순이익을 올렸던 데 비해 크게 나빠진 것이다.
금융업종의 부진도 두드러진다. 유럽 채무위기와 규제강화 등의 여파로 금융회사들의 지난해 매출증가율은 1938년 이후 가장 나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최근 애널리스트들은 어닝시즌을 앞두고 골드만삭스ㆍ모건스탠리ㆍ씨티그룹ㆍ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월가 금융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를 줄줄이 낮췄다.
마이클 메이요 크레디아그리콜 애널리스트는 "지난 20년간 금융기업들은 과도한 성장을 했지만 이제 반대로 다운사이징이 시작됐다"며 "이러한 흐름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업체 가운데는 JP모건이 13일 처음으로 실적을 공개한다. 반면 미국 내에서 매출의 대부분을 올리는 메이시백화점 등 소매업체들은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올해 S&P500기업의 이익전망 역시 썩 밝지는 않다. 금융정보제공 업체 팩트셋은 올 1ㆍ4분기 S&P500기업의 순이익 증가율이 지난해 4ㆍ4분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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