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4일 국회의원선거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와 석패율제도를 도입해 지역구 의원 수를 줄이고 비례대표의원 수를 두 배 가까이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석패율제도는 정당이 동일 권역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 중에서 2명 이상을 비례대표 후보자로도 추천해 지역구에서 낙선하더라도 비례대표로 당선될 기회를 주는 제도다. 하지만 지역구 통폐합으로 인한 혼란을 명분으로 내세운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선관위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도 권역별 비례대표의원 후보로 동시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지역구에서 낙선했지만 해당 권역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각 정당의 권역별 비례대표 배분율에 따라 비례대표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선관위는 다만 후보자의 득표 수가 지역구 유효투표 수의 3%에 미달하거나 소속 정당이 해당 권역 지역구 당선자의 20% 이상을 점유할 경우 석패율제도에서도 당선될 수 없도록 했다. 선관위는 아울러 의원 정수를 현행 지역구 246명, 비례대표 54명에서 지역구 200명, 비례대표 100명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선관위는 또 대통령과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후보의 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과 관련, 전국에서 같은 날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방안도 제시했다. 아울러 선거 11일 전부터 후보자 사퇴를 금지하고 후보자 사퇴시 선거보조금을 전액 반환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지난 대선에서 이정희 옛 통진당 후보가 선거보조금을 지급받은 뒤 대선 3일 전에 후보직을 사퇴해 낳은 '먹튀 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법인과 단체도 연간 1억원까지 선관위에 정치자금을 기탁하는 방안과 공직선거 후보자 모금한도액 역시 △대통령은 선거비용 제한액의 5%에서 20%로 △국회의원과 국회의원 후보자 후원회, 당 대표 후보자 후원회는 현행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선관위는 아울러 시·군·구 지구당 부활방안도 담았다. 선관위는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지구당을 폐지한 후 당원협의회를 도입했지만 현역 의원과 비현역 정치인 간 정치적 형평성 문제, 당원협의회 사무소의 편법운영에 따른 문제점 등을 지구당 부활방안의 배경으로 꼽았다.
정치권은 선관위의 개혁안을 놓고 한동안 갑론을박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지역구가 줄어드는데다 오픈프라이머리제도 도입으로 인한 '역선택' 문제, 지구당 부활에 따른 고비용 정치 문제 등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는 일단 표면적으로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그동안 정계와 학계·시민단체·언론 등에서 다양한 정치개혁방안이 논의돼왔다"며 "이번 개정안은 선거관리 전문기관 입장에서 현 선거제도의 개선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대변인도 "모든 내용은 문재인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공약했던 내용이다. 20대 국회 총선거에서부터 이런 제도들이 적용돼 지역주의를 완화하고 승자독식 정치문화가 완화되길 희망한다"면서 "새정치연합은 정치개혁을 바라는 민의를 최우선에 놓고 정개특위에서 머리 맞대고 지혜를 모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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