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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초소형 전기차, 아마추어 행정에 국가망신 당할 판

정부·지자체 정책 엇박자

서울시 배달용 시범운행 추진에 국토부선 "차종 불분명" 불가

법 개정 해도 최소 6개월 걸려

교체 계획했던 BBQ는 난감



지난 5월 20일 서울시와 제너시스 BBQ, 르노삼성이 ''초소형 전기차 실증사업''과 관련해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시 종로구 일대 도로에서 시승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따로국밥식 법규에 실증사업 시동조차 못걸어
'초소형 전기차' 아마추어 행정
市·구청 조차도 의견조율 안돼
르노삼성· BBQ 대규모 투자
시작도 하기전에 물건너갈 판


초소형 전기차 도입을 앞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엇박자 행보로 애꿎은 기업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더욱이 해당 사업에 글로벌 기업까지 연결돼 있어 아마추어 행정으로 국가 망신을 당할 판이다.

24일 관계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초소형 전기차 실증사업'이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최초로 르노삼성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활용해 제너시스BBQ그룹의 5개 지점에서 배달용 스쿠터 대신 초소형 전기차를 시범 운행하겠다고 발표한 지 한 달 만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2일 내부회의를 열어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초소형 전기차는 승용차와 이륜차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도로주행을 허가할 수 없다"는 데 최종 의견을 모으고 관련 내용을 이번주 안으로 서울시에 통보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 개정을 하지 않고 도로 위를 달리도록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실증사업을 위해 특정 차종에만 특혜를 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법을 개정하더라도 최소 6개월이 소요돼 6월1일부터 연말까지 실증사업을 펼치겠다던 계획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는 중앙정부가 현실을 따라오지 못한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유럽 등에서 이미 상용화된 차종이 법규에 막혀 임시운행도 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 망신이라는 입장이다. 정부와 지자체 간 불협화음에 관련기업은 발만 동동 구르는 상태다.

BBQ는 내년부터 국내 2,000여개 점포 내 배달이륜차를 단계적으로 초소형 전기차로 교체할 계획이었다. 르노삼성 역시 이번 실증사업을 통해 트위지로 국내시장을 선점할 계획이었지만 난관에 봉착했다.

논란의 중심이 된 '초소형 전기차'는 일반 승용차의 3분의 1 크기로 만들어진 1~2인용 차량을 말한다. 복잡한 도심에서 교통체증을 줄이고 대기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어 효율적인 이동수단으로 꼽힌다. 유럽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 탓에 이미 도로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트렁크 공간을 최대 180ℓ까지 늘릴 수 있어 근거리 운송 차량으로 많이 쓰인다.

서울시가 BBQ·르노삼성과 손잡고 '초소형 전기차 실증사업'을 야심차게 준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토바이 배달 사고 증가로 골머리를 앓던 BBQ는 유럽에서 활보 중인 초소형 전기차를 대안으로 보고 적극적인 검토를 시작했다. 자사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한국 시장에 도입하려던 르노삼성과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애쓰던 서울시가 뜻을 모으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5월 20일 서울시와 BBQ는 업무협약을 맺고 6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6개월간 '트위지' 5대를 BBQ 5개 지점에서 시범운행하는 실증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국내 2,000여개의 점포에서 이용하던 배달 오토바이를 단계적으로 초소형전기차로 교체하겠다고 나섰다. 르노삼성도 충전시설 등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초소형 전기차는 결국 도로에서 한 번도 달리지 못한 채 한 달 째 멈춰다. 실증사업을 위해 BBQ가 송파구청을 통해 발급받은 임시운행허가를 국토교통부가 취소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자동차관리법상 초소형 전기차에 대한 분류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임시운행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거세지자 국토부는 관련 내용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긴 회의 끝에 22일 '최종허가불허'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자동차관리법을 어긴 채 예외 규정을 만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관리법 27조 1항에 따르면 '자동차를 등록하지 아니하고 일시 운행을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시·도지사의 임시운행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 여기서 문제는 초소형 전기차가 국내에 도입되는 새로운 차종이다 보니 자동차관리법 내에 어떤 분류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초소형 전기차는 국내에서 법적으로 아직 '자동차'가 아닌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시운행허가는 '자동차'에게 주어지는 것인데 초소형 전기차는 자동차 분류에 속하지 않아 도로 위를 달릴 경우 불법이 된다"며 "현재로서는 법 테두리 안에서 임시허가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관련 법규에 막혀 실증 사업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각을 세우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친환경차가 전세계 추세인데 시험 연구 목적으로 임시허가를 받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국토부 장관 승인만 있으면 임시허가증을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토부는 르노삼성의 '트위지'가 이미 상용화된 차량이기 때문에 '시험연구' 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서울시에서는 이번 사업을 차량에 대한 '시험연구'가 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국토부에서는 시험연구가 아닌 상용화를 앞두고 진행하는 '실증 사업'이라고 보기 때문에 시험연구용 임시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논리다.

대당 1,100만원인 '트위지' 5대를 구매해 배달오토바이 전격 교체를 선언한 BBQ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BBQ 관계자는 "서울시가 국토부와 합의한 결과 실증 사업이 가능하다고 알려와 업무협약을 맺고 진행을 했는데 사업을 시작도 못할 줄을 꿈에도 몰랐다"며 "정부와 지자체를 믿고 이미 홍보를 시작했는데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어떻게 좌초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는 2017년까지 국산 초소형 전기차를 개발 중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국토부의 결정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정부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산 초소형 전기차가 상용화되기 전 관련 제도가 개선된다면 해당 시장을 르노삼성, 토요타 등 해외 기업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산업부는 골프카트 제조업체인 중견기업 A사와 400억원을 투자해 초소형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업계에서는 아마추어 행정과 보신주의적 자세에서 벗어나 전기차 사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실제 프랑스에서는 초소형 전기차 구매자 중 60%가 법인일 정도로 실생활은 물론 기업에서도 전기차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모아 뒤처진 것을 따라잡지 않으면 국내 전기차 시장은 더욱 도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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