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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가뭄으로 논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고 있지만 4대강 보에 저장된 수억톤의 물을 끌어다 쓰기가 어렵습니다. 4대강 보를 터트려 가뭄으로 고통받는 농민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입니다."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19일 숭실대에서 열린 '서울경제신문 대학생 시장경제 특강'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며 가뭄을 서민경제에 빗대어 설명했다.
추 최고위원은 강의를 시작하면서 가뭄으로 갈라진 논이 담긴 사진 한 장과 4대강 보에 물이 넘실거리는 사진 한 장을 강의실 전면 스크린에 띄웠다. 그는 "전 세계가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도 수출과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 대기업을 부러워하지만 일자리가 없어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한민국 청년을 부러워하지 않는다"며 "경제민주화가 필요한 이유는 보에 가둬는 물을 함께 쓰자는 이야기와 같다"고 강조했다.
추 최고위원은 4대강 보에 물이 저장돼 있음에도 상습가뭄 지역과 멀리 떨어져 설치된 탓에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을 대기업의 사내유보금 문제로 연결했다. 그는 "2013년 상위 2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589조원"이라며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2009년에 비해 182%가 증가했지만 이들의 신규투자액은 2009년 33조원에서 2013년 9조원으로 71%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내유보금이 많아진다는 것은 선순환 고리에서 기업의 막대한 이익이 이탈해 여러분들의 일자리가 창출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며 "여러분들이 스펙을 쌓고 열심히 공부해도 제대로 된 직업을 찾을 수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추 최고위원은 강의 중간 "경제민주화는 좌파의 용어가 아니다"라며 경제 민주화를 규정한 헌법 119조 2항을 읽어내려갔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등 야권의 복지정책이 '포퓰리즘'이 아닌 국민의 기본권을 명시한 헌법의 가치라는 것이다. 추 최고위원은 "우리나라는 선거 때만 복지정책을 남발하고 선거가 끝나면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화 정책을 종북이라고 한다"며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복지부 장관보다 높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제민주화의 핵심인 복지정책을 후 순위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추 최고위원은 지난해 1월 자신이 발의한 경제민주화 기본법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국무총리 소속으로 경제민주화위원회를 출범시켜 노동·금융·조세 등의 분야에서 경제민주화 계획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최고위원의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경제학과 윤세환 학생은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쌓아 놓는 이유가 미래에 대한 불안함 때문인데 이를 간과할 수 있겠느냐"고 질문했다. 경제학과 최준범 학생도 "대기업과 소득 상위계층의 재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규제보다 유인책이 우선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추 최고위원은 "기업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항변은 일리가 있다"면서도 "각 기업이 자신들의 미래를 각자 판단하도록 방치한다면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 커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처럼 사회는 불투명해지고 힘없는 서민들은 살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이미 기업과 부유층에 대해서는 조세감면 혜택을 많이 주고 있다"며 "인센티브도 필요하지만 임대소득에 대한 세율 상향 등을 통해 충분히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는 세수를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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