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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리] 청계천에 문화를 흐르게 하자

김창곤 <한국전산원 원장>

청계천이 새롭게 열렸다. 지난 61년 콘크리트로 덮힌 지 44년 만에 서울의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도 시원스레 파란 물길이 열리는 것이다. 오늘 저녁 청계천 복원을 기념하는 전야제 행사를 시작으로 다채로운 축제들이 펼쳐진다. 오는 10월1일 오후6시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에서는 백두산 천지연, 한라산 백록담을 비롯해 전국 8도의 물을 모아 청계천에 흘려보내는 합수(合水) 의식도 펼쳐진다. 전국 팔도 겨레의 기운을 청계천으로 모아 대한민국의 성장을 기원한다는 의미다. 한국전산원은 새 물길이 시작되는 청계천의 시작 지점에 위치해 있다. 사무실 창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면 청계천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직원들도 2년여 동안 청계천 복원공사를 지켜보며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덕분에 직원들의 근무환경과 사기도 함께 올라간 듯한 느낌이다. 닫혀 있던 물길이 열리면서 청계천으로 사람들의 발길도 몰리고 있다. 직장인들의 산책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 장년층의 추억회상 공간으로 시민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하나의 물길이 새롭게 열리듯 단절된 세대간ㆍ시대간 흐름을 소통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을 시민에게 다시 돌려주기 위해 애를 쓴 흔적이 청계천 곳곳에 담겨 있다. 하지만 현재의 청계천에 만족하지 말고 세계적인 문화유산, 한류의 메카로 만들어 갈 수는 없을까. 유럽에 가면 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관광 가이드들이 꼭 빼놓지 않고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장소가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에는 프라하의 ‘카렐교’라는 유명한 다리가 나온다. 이미 한국 CF 몇 편이 제작돼 화제가 된 곳이기도 하다. 이 다리 난관 양쪽에는 수십개의 동상들이 있는데 각각의 역사와 사연을 담고 있다. 이 동상들이 카렐교가 문화의 다리 역할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로마의 휴일’이란 영화가 로마를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었듯 청계천에도 문화를 흐르게 해 이곳이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으면 좋겠다. 10년 전 나는 초고속정보망 구축사업을 계획하면서 정보가 흐르는 고속도로인 하드웨어는 잘 만들었지만 그곳에 담길 콘텐츠에 대해서는 항상 부족하다는 고민을 해왔다. IT 산업도 하드웨어는 세계 1등 품목이 많은데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는 영 시원치 않다. 잘 만든 청계천이라는 하드웨어에 한국의 자랑스런 문화, 한국의 전통이라는 콘텐츠를 담아 흐르게 한다면 청계천은 또 다른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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