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리쌍이 53억 건물주로 ‘갑(甲)의 횡포’를 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핵심인 ‘임대차 보호법’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 관련법이 일반인들이 숙지하기 어렵고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1일 한 매체는 리쌍 길(길성준)과 개리(강희건)가 자신의 건물에서 음식점을 하던 업주를 ？아내고 자신들이 운영 중인 ‘팔자 막창’ 개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계약 연장을 요구하는 업주에겐 단도직입적으로 내용증명을 보내 임대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임차인 A씨는 “2년 전 곱창집을 계약할 당시 건물주가 5년간 장사하게 해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지만 건물주가 리쌍으로 바뀌며 이 약속이 무산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갑의 횡포’를 리쌍이 저지르고 있다는 세간의 비난이 이어졌다.
이번 사건은 부동산 업계에서 소위 “뜬 돈’으로 치부되는 권리금 시비가 문제처럼 보였다.
같은날 오후 길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임차인이 보증금을 제외한 3억원의 권리금을 주장해 무리라고 판단, 지난 3월 임차인과 보증금을 제외한 1억3,000만원에 협의를 봤으나 임차인이 이를 지키지 않아 소송이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됐던 일방적 내용증명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화가 되겠느냐, 심지어 지난 4월 열린 변론기일에서 원만한 합의를 위해 법정권고까지 신청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사조건으로 보증금을 제외한 1억1,000만원의 화해 권고를 내렸으나 임차인이 이의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리쌍은 “‘임대차 보호법’이 해당되지 않는 임차인 사정을 고려해 도의적 보상(권리금)을 제기 했지만 임차인이 받아드리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내용에 언론들은 현행법상 상가 권리금에 관한 법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권리금의 액수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하지만 길의 해명 글이 SNS에 게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A씨가 트위터를 통해 “리쌍에게 3억을 요구한 적 없다. 지금 장사를 그만두면 3억 정도를 고스란히 손해 보니, 장사를 계속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얘기였다”며 “이전 임대인과 구두 약속은 사실이며 리쌍에게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음을 알고 있다. 단지, 법에서 보호하는 5년간 계약갱신요구권이 저에게 해당이 안 되는 사실이 답답할 뿐이다”고 토로하며 ‘임대차 보호법’에 관심이 쏠렸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영세상인 보호를 위해 임차인이 원할 경우 최장 5년까지 한자리에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임대차 계약을 보장해 주는 법률이다. 월세와 보증금을 조합해 계산한 ‘환산보증금(월세×100+보증금)’ 기준에 따라 적용 대상이 달라진다.
A씨는 계약 초기 환산보증금액이 3억원에 미치지 않아 전 건물주와 5년 구두계약으로 장사를 할 수 있는 얘기를 들었지만 추후 임대료가 조정돼 환산보증금이 3억4,000만원으로 법적 보호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환산보증금 기준 보호 대상 범위는 서울시 3억원,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은 2억5,000만원, 광역시나 경기 안산시, 용인시, 김포시, 광주시는 1억8,000만원, 그 밖의 지역은 1억5,0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사건을 ‘갑’과 ‘을’의 대립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건물주와 임차인의 관계를 ‘갑’과 ‘을’로 환원해 설명하는 것은 이번 사건의 핵심에서 벗어난다는 게 이유다.
이와 관련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사건은 리쌍이 공인이기 때문에 공론화 됐지만, 부동산 관련 법이 복잡하고 애매하다보니 건물주와 임차인들에게 사이에선 비일비재한 일”이라며 “36억 빚을 내서 산 건물의 임차인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계약 기간과 상관없이 전 주인과 5년 구두 계약을 했다며 계약연장을 요구하는 것이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고, 임차인은 구두로 5년을 장사할 수 있다고 전 건물주와 구두계약 했다가 추후 임대료 조정을 통해 계약을 보호 받지 못해 억울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주와 임차인은 계약시 관련 전문가인 공인중개사 등에게 조언을 구하고 모든 계약은 서면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정글엔터테이먼트’ 홈페이지)
/김원진 인턴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