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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금강산' 해법 ARF서 실마리 찾을까

정부, 한일외무회담 日제의 거부<br>한·중·일 정상회담·후쿠다 답방도 불투명<br>'금강산'은 남북외교 접촉서 실마리 기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과 일본의 독도 도발 사태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두 사안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오는 22일 싱가포르에서 열려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세안(ASEAN)의 확대외무장관회의(PMC)를 모태로 지난 1994년 창설한 ARF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정부 간 다자 안전보장 협의체. 사흘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올해 ARF에는 북한은 물론 일본과 미국ㆍ중국ㆍ러시아의 외무장관이 모두 참석한다. 아태 지역의 안보 현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를 벌이는 ARF에서는 한반도 평화 문제 등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정돼 있었는데 금강산과 독도 문제가 터진 후 이에 대한 관련국들의 접촉과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고무라 마사히코 일본 외무상 등 한일 외교장관이 나란히 참석한다는 점에서 이번 ARF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 한일 관계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일본은 최근 싱가포르 ARF에서 한일 양자 외무장관 회담을 갖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내부 회의를 거친 끝에 거부 답신을 일본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한 외교 소식통은 “독도 사태에 일본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양국 외교 정상 회담을 개최한다 해도 사실상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ARF나 다자 회담이 열리는 경우 미국이나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과 예외 없이 양자 회담을 가져왔다. 그러나 일본의 독도 영유권 명기 이후 일본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오히려 신중한 모드를 취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태도 변화 여부와 국내 여론 향방에 따라 오는 9월 중순 예정된 한ㆍ중ㆍ일 3국 정상 회담과 이후 9~10월 예정된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의 답방도 사실상 불투명해질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외교당국자는 일단 큰 변화가 없다면 9월 중순 열리는 한ㆍ중ㆍ일 정상 회담 일정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독도 도발 사태로 인한 민심이 악화될 경우 결국 3자 정상 회담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의 경우는 ARF가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대를 모았던 현대아산의 조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가 사실상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우리 정부는 국제공조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 일환으로 22일 ARF에서 유 장관이 북한의 박의춘 외상에게 북한 당국의 합동조사 수용과 진상규명 협조를 촉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ARF에서 남북 외교장관 회담을 갖자는 우리 측의 제안에 현재까지는 아무런 답신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남북 외교장관이 최소한 비공식 자리에서 금강산 문제를 두고 대화를 주고받을 가능성은 커 보인다. 남북 간 대화 채널이 사실상 끊긴 상태에서 유 장관과 박 외상의 접촉이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북측이 금강산 사건과 관련, 진상조사단 수용을 거부하고 있지만 금강산 관광 문제가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되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ARF에서 남북 외교장관 간의 조율이 이뤄질 공산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강산 문제를 ARF 전체회의 도마에 올리며 공론화해 북한을 궁지에 몰기보다는 남북 외교장관 접촉 등 남북 간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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