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3월 25일] '빨간밥차'와 '현장중심행정'

이창원(한국조직학회장·한성대 교수)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 경제사정도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 단적으로 100만명 정도의 실업자에 요즘 같은 경제위기에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 아예 구직을 단념한 사람, 추가 취업 희망자 등을 합하면 ‘사실상의 백수’가 350만명에 달한다. 국민에 희망주는 나눔행정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한나라당은 추경예산을 27조∼29조원, 민주당은 절반 수준인 13조 8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한다고 ‘한가로운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런 와중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우리나라에 ‘밥을 굶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작년 여름방학 동안 29만명이었던 급식지원 아동이 올해 겨울방학 기간에는 45만명으로 6개월 동안 16만명이나 증가했고 서울대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한해 동안 중식지원을 받은 전국 초ㆍ중학교 1,500여명의 아동들의 경우 한끼 이상 굶는 아이들의 비율이 30% 정도나 된다. 독거노인 10명 중 3명은 일주일에 한끼 이상 굶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렇게 ‘밥을 굶는 사람들’이 느는 상황에서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철밥통(?)으로 불려오던 공무원들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장ㆍ차관 등 정무직에 이어 행정안전부 5급 이상 공무원이 월급의 최대 5%를 떼어 결식아동이나 결식노인 등 소외계층을 지원하기로 했고 이러한 움직임이 다른 중앙부처로 확산, 소방방재청ㆍ외교통상부ㆍ국방부ㆍ특허청 등의 공무원들도 이러한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 소외계층에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민간기업이나 지자체의 움직임은 솔직히 ‘심드렁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기부금을 4분의1 가까이 줄였다고 하고 현대건설과 롯데쇼핑 역시 무려 절반 이상을 깎았다는 것이다.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손이 미치지 못해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신빈곤층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주장은 하지만 그것이 빈곤층과의 고통분담 차원에서 자신들의 주머니를 터는 것 같은 운동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하루에 도시락 한개로 세끼를 때운다는 노인들에게는 복잡한 정책이나 거창한 논리보다 당장의 밥 한그릇이 더 중요하다. 요즘 같은 살인적 경제난에 서민들의 소액기부는 도리어 늘었다고 하니 기부나 타인에 대한 배려는 확실히 경제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베풀고자 하는 의지’인 것 같다. 베풀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
이러한 차원에서 요즘 눈에 띄는 기초자치단체장이 바로 조억동 경기 광주시장이다. 인구도 24만명에 불과하고 지역에 특별한 산업이 있는 것도 아닌 경기 광주에서 예산의 5%를 교육예산에 쓰면서도 조 시장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에게 한끼의 따뜻한 식사를 전하는 ‘광주시 빨간 밥차’를 본격적으로 운행하고 있다. ‘빨간 밥차’는 경기도사회복지모금회가 기증한 차량 색깔이 빨간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인데 5톤 트럭을 개조한 것으로 1시간 이내에 최대 300인분의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배식능력을 갖추고 있고 차량내부에 냉난방장치와 함께 급수장치가 완비돼 여름과 겨울에도 최적의 급식이 가능한 특수차량이다. 이 ‘빨간 밥차’는 이제 광주에서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희망의 상징이 됐고 또한 많은 공직자와 단체장에게 진정한 ‘현장 중심의 행정’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미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2%가 기부금인데 우리는 0.02%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구문이 됐지만 이 ‘빨간 밥차’는 기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베풀고자 하는 의지’라는 것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제시한다고 하겠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