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방 이후 처음으로 수입 승용차가 100만대를 넘어섰다는 것은 수입차가 급속도로 국내시장에 파고들어 대중화를 이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지난 1987년 배기량 2.0ℓ이상의 대형차와 1.0ℓ 이하의 소형차를 먼저 개방한 후 이듬해 4월 배기량 규제를 풀어 수입차 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초창기에는 국내 산업 위축을 우려하는 '애국주의'와 수입차는 사치품이라는 편견이 맞물리면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관세와 취득세 인하 등의 조치가 취해진 직후인 1996년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대수 1만대를 넘어섰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3040세대 전문직과 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입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이 같은 수요에 화답이라도 하듯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가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되면서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내달렸다.
2003년 당시만 해도 전체 수입차 고객 중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5%가 채 안 됐으나 올해는 2030세대 비율이 22%를 넘어섰다.
◇소형·SUV·쿠페 등 라인업 전방위 확대=이처럼 수입차를 몰고 다니는 고객 연령대가 다양해지면서 수입 브랜드의 대응 전략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대다수 업체들이 고가 대형차나 준중형 세단을 위주로 한 마케팅을 펼쳤다면 최근에는 소형차와 SUV·쿠페 등 전방위적으로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고객층을 늘려가고 있는 것.
실제로 아우디코리아가 1월 최초로 출시한 소형 세단인 'A3'는 현재까지 864대가 팔리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콤팩트 라인업인 'A·B클래스'도 꾸준히 판매량을 키워가고 있다.
◇양적 성장 기반으로 문화 마케팅에도 전력=BMW그룹이 지난달 인천 영종도에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주행 트랙과 체험·전시관을 함께 갖춘 복합문화공간인 드라이빙센터를 개소한 것 역시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이는 외형적으로 탄탄하게 확보한 고객 수를 발판 삼아 이제는 문화 마케팅을 바탕으로 한 '질적 성장'으로 한국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제대로 한판 붙어보겠다는 선전포고나 마찬가지였다.
현대차가 5월 수입차 전시장이 즐비한 강남 도산사거리에 문화공간인 현대모터스튜디오를 오픈하고 최근 인수한 한전부지에 한국판 '아우토슈타트'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것도 갈수록 기세를 키워가는 수입차에 맞서 안방을 지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수 시장의 관심사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이동하면서 차량 경쟁력뿐 아니라 고객의 마음에 회사 특유의 DNA를 심는 문화 마케팅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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