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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와 미국의 초인 ‘구가의 서’ ‘맨 오브 스틸’



칸트에 따르면 숭고란 어떤 대상의 범위나 정도에 의해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크기를 말한다. 인간은 그 숭고의 대상의 범위나 정도를 가늠해보려는 유혹을 받지만 그 거대함에 공포를 느끼곤 한다. 이 거대함이란 물리적 크기일 수도 있고 대상이 가진 능력의 크기일 수도 있다.

그러한 능력을 지닌 자를 우리는 ‘초인’이라고 부른다. 경외감을 일으킬만한 능력을 지닌 대상은 동서양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에서 이름을 달리하여 존재한다. 현대 미국에서는 ‘슈퍼맨’ 등 SF 소설이나 영화 속 영웅들이고 조선시대 이전 한국에서는 ‘구미호’ 등 귀신이다.

초인의 정체성은 그것이 존재하는 곳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유럽이나 아시아 대륙에 비해 짧은 역사를 지닌 미국에 전설은 없다. 그래서 미국의 전설은 SF소설이나 영화로 만들어진다. ‘전설의 OO’하면 으레 공포스러울 만한 능력을 지닌 초인을 떠올리는데 미국에는 그러한 존재가 바로 슈퍼맨 등 슈퍼 히어로다. 그리고 이 미국의 초인 영웅들은 한국의 그것과 달리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다. 미국와 한국의 초인적 존재인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과 ‘구미호’로 비교해보면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정서적 차이는 극명하다.

우선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은 크립톤 행성의 생명체다. 크립톤 행성에서는 인공수정 외에 엄마의 자궁을 통한 출산이 금지됐지만 칼 엘의 부모는 칼 엘을 엄마에게서 태어나게 했고 이후 지구로 보내버린다. 그러나 한국에서 공포의 대상인 초인 ‘구미호’는 드라마 ‘구가의 서’에서처럼 사람과 구미호 사이에서 태어나기도 한다. 미국의 초인이 외계 행성에서 온 완전히 낯선 존재라면 ‘구가의 서’에서의 구미호는 인간의 피가 흐르는 초인인 셈이다. ‘맨 오브 스틸’ 가 강철의 남자, 강철로 만든 남자, 강철같은 남자로 풀이되듯 슈퍼맨은 인간의 피가 흐르지 않고 구미호에게는 인간의 피가 흐를수도 있다. 이는 공포의 세계와 사람 간 거리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초인의 능력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맨 오브 스틸’의 칼 엘은 지구에서 클락 켄트로 살아가지만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본능적으로 그것도 초인적 힘을 다해 구한다. 그런데 이 이유가 또한 따돌림의 원인이 된다. ‘구가의 서’에서 반인반수(아버지가 구미호 어머니가 사람)로 태어난 최강치는 그의 비상한 능력에 따돌림도 당하지만 모두 그를 따돌리는 것은 아니며, 점차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외계 행성도 자연의 일부이고 인간이 아닌 생명체 식물이든 동물이든 이 모든 것 또한 자연이다. 기독교적 세계관은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지만 동양적 세계관이 지배적인 조선시대 이전의 한국에서는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지 않았다. 이런 세계관이 각각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과 ‘구가의 서’의 최강치라는 반인반수를 만들어 낸 것이다.

MBC 드라마 ‘구가의 서’는 아직 방송중이지만 그 결과가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단 한 사람 그가 사랑하는(?) 여인만이 그의 정체를 아는 채로 살아가는 것과 유사할 것 같지는 않다. 최강치는 정체가 숨겨진 초인으로 남든 그의 아버지가 그토록 되고 싶었지만 되지 못한 ‘인간’으로 변하든 사람들 사이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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