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임시 국회에서 누리과정 용도의 지방채 발행을 허가하는 지방재정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간신히 땜질 처방으로 버티고 있는 각 지자체들에서 누리과정 중단 위기가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북도와 강원도는 각각 15억4,000만원과 11억원에 해당하는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을 지난 25일 중단했다. 원생 1인당 누리과정(보육료·운영비) 지원금으로 29만원 가운데 7만원에 해당하는 운영비 지원이 끊긴 것이다. 이 운영비는 교원 처우 개선비 등 명목으로 교원 급료가 아니고 22만원 상당의 보육료에 해당하지도 않아 누리과정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임시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누리과정 대란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전북도 관계자는 "전북 교육청에서 누리과정으로 편성한 세 달치 예산이 모두 끝났다"며 "아이행복카드를 통해 지급되는 보육료 지급 기일이 다음달 10일인데 현재로서는 지원 계획이 없어 (법 개정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이후 파행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전북과 강원 외에도 두 달치만 편성한 광주를 비롯해 서울·인천이 누리과정은 이미 소진됐지만 시도에서 긴급 지원 형태로 누리과정을 간신히 운영하고 있다. 4월 말 배정 예산이 종료되는 경기도 교육청은 한 달분 '토막예산'을 편성해 지급중단 위기를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은 지난 3월 말 배정 예산이 끝났지만 서울시와의 협조로 6월까지는 무리 없이 운영할 계획이다. 강원 교육청은 지방재정법 통과 시 정부에서 목적예비비로 마련한 5,064억원이 풀려 예산이 확보되는 만큼 미리 도에서 긴급 예산 지원을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와 각 시도는 이번 4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다음달 6일이 지방재정법 통과로 누리과정에 숨통을 틔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10일 여야가 4월 국회에서 지방재정법 개정과 누리과정 국고지원 5,064억원 집행을 4월 중 동시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국회 안행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무턱대고 법을 개정하면 앞으로도 지방재정 건전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백 번 양보해서 지방재정법을 개정한다고 해도 한시적으로 2∼3년 동안 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정부 보증 지방채 발행 액수가 종전 1조2,000억원대에서 8,000억원대로 줄어들고 각 교육청이 나머지 금액을 자체적으로 발행하게 한 데 대해서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4·29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지방재정법을 둘러싼 여야의 기류도 달라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여당의 안행위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마다 일단 지방재정법을 통과시켜 급한 불을 꺼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라며 "야당도 계속해서 반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에 재보선을 기점으로 합의가 진전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누리 예산은 다음달이면 충북·경남 등을 합해 총 일곱 곳의 시도에서 편성 예산이 모두 소진된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광주처럼 지자체와의 협조로 간신히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약속대로 여야가 누리과정 합의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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