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발목잡기는 사실상 여야의 합작품이다. 당초 정부는 관광산업 융자지원금으로 3,000억원을 요청했는데 이중 시설자금이 2,400억원, 운영자금이 600억원이었다. 관광업체에 대한 '운영자금'은 그렇다고 쳐도 관광숙박시설 건축과 개보수에 쓰일 '시설자금'이 긴급 메르스 대책인가는 논란이었다. 또 추경안에는 '문화가 있는 날' 활성화를 위한 50억원도 있었는데 이는 끼워 넣기 비판을 받았다. 올해 본예산 심의에서 삭감된 10억원(100억원을 요청했지만 삭감 후 90억원이 됨)이 메르스 핑계로 부활한 것이다.
결국 24일 국회에서 의결된 문체부 추경예산은 7개 항목, 3,206억원에 그쳤다. 당초 요구안(3,925억원)에서 719억원이 삭감됐다. 관광산업 융자지원은 2,300억원에 그쳤다. 관광협회중앙회의 호소가 통하지 않은 셈이다. '문화가 있는 날'에는 40억원이 배정됐다.
관광업계 지도부가 정부의 나팔수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6월22일에는 한국여행업협회에서 '한국관광 안심보험'설명회를 열었다. 그 전 주에 정부에서 외래 관광객 입국자가 메르스에 걸릴 경우 보상하는 '안심보험'이라는 대책을 내놓았다가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자 또 관광업계가 나선 것이다. 4월에는 남상만 관광협회중앙회 회장 등 관광 관련 단체장들이 대거 나서 뜬금없이 '학교 앞 호텔'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법 개정은 이미 수년째 논란이 되는 안건인데 여전히 반대가 많자 정부에 떠밀려 업계도 한마디한 것이다.
관광업계 지도부가 메르스로 고통을 겪는 업계를 대변하고 대안제시도 못한 채 정부 정책 홍보에 그치고 있다. '원님 지나간 뒤에 나팔 부는' 격이다. 메르스 사태는 한국 관광이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쇼핑지출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정국가(중국)와 특정 지역(서울·제주), 특정행위(쇼핑)에 대한 편중이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상상력과 창조력, 그리고 실행력을 키우는 것이 우리 관광산업에 더욱 절실하다. 국내 관광 활성화로 내실을 다져야 한다. '외양간을 소 잃고 고치는' 격이지만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튼튼히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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