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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1월 14일] 정부 정책과 '전략 경영'

최근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우리 경제도 환율 폭등 등으로 증시가 반 토막 이하가 됐고 부동산 담보 대출 금리도 치솟아 서민들의 아우성이 대단하다. 자살자도 지난해보다 상당히 늘어난 게 오늘날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문제는 내년으로 갈수록 실물경제 침체국면이 심화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소비침체, 기업과 금융권 도산, 수출감소, 자산가치 감소 등이 우리를 짓누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정부도 경기부양책, 조세감면, 금리인하, 외환시장 개입, 부동산 규제 완화와 건설사 지원 등 여러 카드를 순차적으로 동원하며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점점 불이 꺼진 어두컴컴한 터널로 들어가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 여전히 크지 않다. 왜 그럴까. 시장은 새로운 것(something different)을 원하는데 정부는 과거에 써먹었던 정책과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뻔한 이야기(something efficient)는 식상하다. 경영전략 분야의 석학인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진정한 전략은 ‘효율적’으로 하는 것 외에도 ‘다르게, 차별화되게’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업전략 뿐만 아니라 정부정책에도 해당된다. 뭔가를 다르게 한다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경쟁 국가와 달리 새로운 전략을 수립한다는 의미다. 쉽지도 않고 단시간에 생기지도 않으며 성공률도 높지 않다. 정부는 최근 뭔가 다르게 하는 것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해 금융위기 국면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것은 ‘뭔가 다른(something different)’정책의 좋은 사례다. 예측 못했던 효과적인 전략이었던 만큼 시장의 반응도 그만큼 좋았다. 이는 시장이 정부정책에 대해 신뢰를 일부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시장은 정부의 색다른 접근법에 많은 점수를 준 것이다. 정권 초반 747이라는 다소 구태의연한 전략과 밀어붙이기식 쇠고기 협상, 강부자로 대표되는 코드정치 등으로 신뢰를 잃은 정부가 관중이 예상하지 못했던 대타 작전으로 회심의 홈런 한방을 날린 셈이다. 정부는 나아가 11ㆍ3 대책을 통해 총 14조원의 재정지출과 감세, 재건축 규제완화, 투기지역 해제, 일본ㆍ중국과 통화스와프 추진이라는 다음 작전에 돌입했다. 이는 전략경영 측면에서 볼 때 ‘효과적인(efficient)’ 전략으로 분류된다. 한마디로 1루 주자를 2루로 보내기 위한 번트 작전을 구사한 것이다. 하지만 이 작전은 다음 타자가 적시타를 날리기 전에는 유효하지 않다. 시장의 신뢰를 굳힐 것이냐 아니면 기존의 신뢰마저 날려버릴 것이냐 여부는 그 다음 정책의 ‘참신성(something new)’에 달려 있다. 다음 단계의 정책은 바로 산업정책이다. 궁극적인 국가경쟁력은 기업에서 시작된다. 막판 역전승을 위해 정부는 경기 중반부의 키포인트인 산업정책에서 진정한 전략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원칙 없고 고리타분한 정책에서 창의적이고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미국ㆍ유럽ㆍ중국 등 세계 실물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면서 우리 주력산업들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의 경쟁국인 일본이나 중국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때일수록 기업들로 하여금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나아가 핵심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들이 정부에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면 정책효과는 발휘될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내년 초 금융위기 국면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경제팀을 새롭게 일신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정부가 부자 위주의 정책을 편다는 비판에서 벗어나 중산층과 서민을 품에 안는 모습을 보여야만 정책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위기라는 말에는 위험 못지않게 그 위험을 잘 관리하고 극복할 때 기회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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