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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학교 밖 청소년' 무려 28만명… 체계적 관리·지원 나설 것

연 6만명 학교 떠나지만 사실상 방치… 사회·경제적 손실 커

담당 조직 신설하고 빅데이터 분석해 '맞춤 프로그램' 마련

아이 돌보미 서비스 강화위해 시급 인상·4대보험 적용 추진



"학업을 중단한 채 교육·복지·인간관계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교 밖 청소년'이 무려 28만명입니다. 국가가 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사회안전망에 큰 구멍이 뚫리게 됩니다." 김희정(43·사진) 여성가족부 장관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가부 내 '학교 밖 청소년 지원과'를 신설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들을 파악해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들 수십만명의 학적이 없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는 실태 파악이 안 된다는 이유로 사실상 방치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서비스 혁신의 암적 요소로 지적했던 '칸막이 행정'이 사회안전망의 커다란 구멍을 만든 것이다. 김 장관은 우리나라를 이끌 미래세대의 이 같은 엄청난 방치 사태를 일찌감치 인지하고 국회의원 시절부터 학교 밖 청소년 실태의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알려왔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이탈할 경우 사회복귀를 위해 여가부에 즉시 통보하도록 하는 등 관련부처 간 협업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3월 학교 밖 청소년 지원법을 대표 발의한 사람이 바로 김 장관(당시 국회의원)이다. 의원으로 발의했던 법안을 해당 부처의 장관이 돼 실행하는 셈이다. 김 장관이 발의한 학교 밖 청소년 지원법은 내년 5월29일 시행된다. "최근 3년간 연평균 6만명의 청소년이 자의든 타의든 학교를 그만둡니다. 이 학생들이 미래의 양질의 노동인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학교 밖 청소년은 단순히 아이들이 학업을 중단한다는 차원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김 장관은 학업중단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크게 3가지로 파악했다. 첫째는 교육. 학교를 그만둔다 해도 홈스쿨링이나 검정고시, 직장교육 등 개인에게 필요한 교육이 있게 마련인데 학교 밖 청소년의 상당수는 이 같은 교육의 기회를 제대로 제공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학교를 떠난 뒤 이렇다 할 또래 집단을 형성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김 장관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또래 집단이 없어 건전하지 않은 성인들이 이들에게 접근할 가능성과 범죄 노출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연령대에 맞춰 받는 예방접종이나 각종 건강관리에서 배제된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그 나이대에 맞게 신체 충실하게 자라고 있는지를 파악할 길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결국 학교 밖 청소년 관리 부재는 청소년의 신체적·정신적·학업적 건강이 모두 구멍 나는 사회·경제적 손실입니다." 2010년 한국교육개발원 추산에 따르면 학업중단 청소년 발생으로 개인과 사회가 부담해야 할 손실비용은 1조5,902억원에 달한다.

김 장관은 취임과 함께 '학교 밖 청소년 지원과'를 신설하는 한편 체계적인 관리·지원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먼저 학교 밖 청소년들의 정확한 실태와 현황 파악을 위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진행된다. 법이 시행되는 내년 5월부터 학교를 그만둔 학생 정보는 해당 학교장이 여가부에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한다. 김 장관은 "이미 학교를 떠난 청소년 28만명에 대한 정보 수집은 개인정보 문제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며 "아쉬움이 많지만 앞으로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들에 대한 정보는 DB로 구축돼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 고민·가출 상담전화(1388 청소년 헬프콜)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도 계획하고 있다. 전화 발신지를 추적해 가출 청소년이 많이 몰리는 지역을 파악하거나 긴급 상담 전화가 집중되는 시기를 분석해 맞춤형 지원 및 캠페인을 펼친다는 것이다. 여가부는 이 밖에도 학교 밖 청소년의 건강검진은 복지부와, 재능기부 및 취업 관련 교육은 문화체육관광부·산업부와 연계해 관련 프로그램 및 예산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김 장관은 여성들의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방안 마련에도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본인이 여섯 살 딸과 세 살 아들을 둔 워킹맘이기에 김 장관은 현실적인 대안의 공급자인 동시에 수요자이기도 하다. 여성 국회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임기 중 결혼과 임신·출산을 했던 그는 지금도 오전7시 반에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뒤 출근한다.

여성들의 사회진출로 출산율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는 "일과 가정은 오히려 정의 관계"라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을 보면 여성 취업률이 높을수록 출산율과 국민 1인당 평균소득, 성장률이 높아집니다. 일과 가정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양성평등에 대한 이해는 착시현상에 빠져 있다는 게 그의 지적. 채용(Recruit) 단계에서 여성 합격률이 높은 것만 보고 '대한민국은 이미 양성평등 사회'라고 판단하는 오류가 있다는 이야기다. "채용 못지않게 그 직업을 유지(Retain)하고 다시 취업하는(Restart) 것도 중요하죠. 그래야 대표성을 지닌 여성들(Representation)이 등장하는 거고요. 그런데 한국 사회는 채용과 대표성이라는 1·4단계에만 집중할 뿐 구멍 난 2·3단계는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2단계 '직업유지'를 위해 여가부가 중점을 두는 부분이 아이 돌보미 서비스 강화다. 아이 돌보미 서비스는 국가가 운영하는 일종의 '베이비시터' 제도로 국가가 신원을 보증하는 전문 돌보미들이 시간제나 종일제로 가정을 방문해 아이를 돌봐준다. 김 장관은 돌보미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면서 누구보다 제도의 필요성을 실감한 엄마다. 이용 중 느낀 불편함을 건의해 정책을 보완하기까지 했다. "첫 아이 때는 12개월까지 종일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는데 사실상 12개월 후면 엄마의 육아 휴직도 끝납니다. 만 한 살 넘으면 어린이집에 보내기에는 너무 어린데 돌보미 서비스와 엄마의 휴직이 모두 끝나 애매한 상황이 되는 겁니다." 다행히 김 장관의 건의 내용이 반영돼 지금은 24개월까지 종일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워킹맘으로서 본인도 큰 도움을 받았던 제도이기에 그는 장관 취임 후 돌보미 서비스를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먼저 돌보미들의 처우 개선에 착수했다. 김 장관은 "전국에 등록된 아이 돌보미 선생님은 1만6,000여명으로 아직은 시급을 비롯한 처우가 높지 않다 보니 서비스 신청을 한 모든 가구에 돌보미를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돌보미 시급 인상과 4대 보험 적용을 추진해 안정적인 직업이란 인식을 심어주겠다"고 말했다. 전문적인 돌보미 선생님 양성은 새로운 여성 일자리 창출로도 연결되기 때문에 처우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김 장관의 생각이다. 여가부는 처우개선을 통한 안정적인 돌보미 확보와 함께 어린이집처럼 언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지 예측하는 대기 제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3단계 '재취업'을 위해서는 기존의 '여성 새로 일하기 센터'를 구직 여성의 상황이나 눈높이에 맞춰 좀 더 전문·세분화하기로 했다. 새로 일하기 센터는 임신·출산·육아 등의 이유 탓에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대상으로 △직업상담 △직업 훈련 △인턴십 △구인구직 연계 △취업 후 관리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전국 120개 여성 새로 일하기 센터가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다 보니 구직자에 따라 고위직 일자리를 원하는 경력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거주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새 일 센터의 차별화도 없었고요." 이에 여가부는 최근 기존 센터 중 일부를 경력개발형(고급형), 자립지원형, 농어촌형, 지역산업 맞춤형 센터로 지정했다.

김 장관은 지난 7월16일 취임식에서 기회의 여신 '오카시오' 이야기를 꺼냈다. 오카시오는 앞머리가 풍성하고 긴 반면 뒷머리는 대머리고 뒤꿈치에 날개까지 달린 한 번 놓치면 붙잡기 어려운 존재다. 김 장관이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학교 밖에서 소외되는 청소년, 임신·출산·육아로 재취업에 난항을 겪는 여성 등 기회를 놓친 사람들이 여가부의 정책 대상이기 때문이었다.

"모든 국민에게 당연히 주어져야 할 기본권리가 누군가에게는 감히 마주하기 힘든 소망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때로 주변 여건과 환경 때문이고 때로 '여자니까' '학교를 안 다니니까' 등의 편견이 넘기 힘든 장벽이 되기 때문입니다." 본인도 부모의 이름으로, 또 여자의 이름으로 부단히 노력하며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춰가려는 2개월 차 여가부 장관 김희정. "위기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의 여신을 다시 불러오겠다"던 그의 바람이 실현되길 기대해본다.

She is…



△1971년 부산 △1994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2000년 연세대 정치학 박사 △2004년 5월~2008년 5월 제17대 국회의원 △2009년 7월~2010년 7월 한국인터넷진흥원장 △2010년 8월~2011년 6월 대통령실 대변인 △2012년 7월~2013년 5월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 △2012년 7월~2013년 6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간사 △2013년 6월~2014년 5월 새누리당 정책위 제6정책조정위원장 △2013년 6월~2014년 5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간사 △2014년 7월~ 여성가족부 장관



'성인인증 연1회'로 입장 변경은 업계 자정 동참 유도위한 선택

게임셧다운제 소통도 지속 모색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최근 여가부의 성인인증제 적용방식 입장변경에 대해 "업계의 자정 동참을 유도하는 파트너십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인인증제는 온라인에서 청소년에게 유해한 콘텐츠를 이용할 때 이용자 인증을 반드시 거치도록 한 제도로 여가부는 당초 특정 포털에 로그인할 때는 물론 성인 콘텐츠 감상 직전 인증을 받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성인 이용자들의 번거로움과 이에 따른 콘텐츠 접근성 하락, 업체의 인증비용 부담, 국외 사업자와의 역차별 등을 이유로 업계가 크게 반발했고 합의 과정에서 여가부의 최종 결정도 '1년에 한 번 이상'으로 변경되며 인증주기가 크게 줄었다. 일각에서는 "여가부가 업계에 굴복했다" "원칙 없는 청소년 보호정책이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컴퓨터는 전원을 켤 때마다 로그인을 다시 해야 하지만 모바일은 한 번 접속하면 로그인 상태가 유지돼 사실상 인증제의 효력이 없다"며 "이런 구멍이 있는 상태에서 여가부 홀로 단속을 하기보다는 업계와의 파트너십으로 눈을 돌려 자발적인 청소년 보호를 유도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매체 환경의 기반을 바로잡는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성인인증을 '1년에 최소 한 번 이상'이라는 자율규제로 두되 업체들의 협조로 도용된 개인정보 자정작업이 제대로 진행될 경우 체질개선 차원에서 효과가 더 크다는 이야기다. 김 장관은 "매번 성인인증제는 '1단계가 이미 글렀다'는 판단하에 그 위에 2단계 대책을 세우는 옥상옥과 같다"며 "1년에 한 번 이상 인증과 개인정보 자정작업으로도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면 그때 인증을 강화하는 등 상황을 보며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임셧다운제에 대해서도 "업계와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게임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이 심야시간(자정~오전6시)에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여가부의 법 제정으로 지난 2011년부터 시행됐으나 실효성과 인권침해 논란으로 헌법재판소까지 갔고 헌재는 올 4월 합헌 결정을 내렸다. 김 장관은 "이미 합헌 결정을 받은 사안이지만 업계와 논의하며 의견을 듣고 있는 상황"이라며 "합헌 결정의 취지를 살리면서 업계와 협의해 현실에 맞는 대안적 운용방안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논의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사진=이호재기자 대담=이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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