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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떨어진 美경제 회복세 둔화 모드로

재고 늘고 소비 부진에 기업 생산·투자는 주춤<br>성장률 2% 밑돌수도


올 들어 미국경제의 회복속도가 다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ㆍ4분기 성장률이 7분기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재고확대에 따른 결과일 뿐 속을 들여다보면 기업투자 약화, 정부지출 감소 등 악재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경제가 과거 침체기 이후 나타냈던 강한 회복세를 앞으로도 상당 기간 보여주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4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2.8% 증가했다. 이는 시장전문가들의 예상치 평균인 3.0%에 다소 못 미친 것이지만 전분기의 1.8%보다 1%포인트나 높고 2010년 2ㆍ4분기 이후 최고치다.

그러나 월가는 4ㆍ4분기 성적표에 대해 수치보다 내용이 좋지 않다며 올 1ㆍ4분기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실망스러운 예상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성장을 주도해온 민간 부문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4ㆍ4분기 성장은 소매점 등의 판매부진에 따른 재고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재고는 4ㆍ4분기 560억달러 (연율 환산)까지 늘어났는데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 250억달러의 두 배 이상에 달했으며 이 같은 재고증가는 지난 분기 경제성장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했다.

이상난동이라고 표현될 만큼의 따뜻한 겨울날씨도 의류ㆍ가정용품 재고를 늘리는 데 한몫을 했다. 스테픈 스탠리 피어포인트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3ㆍ4분기 소폭 감소했던 재고가 4ㆍ4분기에 대폭 늘었다"며 "기업들은 결국 생산을 축소해야 하며 이는 성장률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씨티그룹은 올 1ㆍ4분기 성장률이 2%를 밑돌 것으로 예상하며 "일시적 요인들을 감안하면 경제회복세는 지속되겠지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변화를 초래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경기회복 속도가 다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 경제의 회복 패턴이 변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침체기에 잃어버렸던 회복세를 만회하기에 충분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현재의 생산은 침체기 이전 수준에 불과하고 인구증가를 고려하면 침체기 이전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WSJ는 지난 1980년대 회복기에는 5분기 연속 7% 이상의 고성장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런 현상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의 경우 과거 회복기에는 평균 14% 증가율을 보였지만 지난해 4ㆍ4분기에는 2%에 그쳤다. 기업들 역시 소비자들의 수요가 부진하고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생산시설을 확대하거나 고용을 늘리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한동안 붐을 이뤘던 기업들의 기계설비 및 소프트웨어 투자도 주춤해지는 양상이다. 이 부문에 대한 기업들의 지출은 1.7% 늘어나 전분기의 15.7%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프린스턴대 방문교수인 저스틴 울퍼스는 "우리는 아직도 구멍(hole)에 빠져 있으며 구멍이 더 깊어지지 않을 뿐"이라고 현재의 경제상황을 진단했다.

과거 침체탈출을 주도했던 주택시장도 여전히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또 유로존의 채무위기, 중국의 성장둔화, 이란 사태 등에 따른 국제유가 급변동 등의 대외변수도 많아 미국경제의 회복속도를 높일 만한 모멘텀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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