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엿새 만에 서울 낮 최고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간 7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는 상점마다 틀어놓은 경쾌한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과 쇼핑객으로 붐볐다. 오랜 혹한에서 벗어나서인지 사람들의 표정은 밝고 가벼워 보였다.
언뜻 보면 여느 때와 비슷하지만 전과 다른 부분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가게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는 점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세 곳 중 한 곳꼴로 문을 활짝 연 채 손님을 맞았지만 이날만큼은 대부분 점포가 문단속을 잘 해놓고 있었다. 가게 앞에서 일본어와 중국어를 섞어가며 손님을 부르는 점원도 닫혀 있는 유리문 바깥쪽에 있었다.
정부의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에 따라 이날부터 2월22일까지 난방기구를 틀고 문을 연 채 영업하다 적발되면 처음에는 50만원, 반복 위반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가게들이 문을 꼭꼭 닫아놓은 것이다.
명동의 한 화장품가게 점원은 "요즘은 항상 문을 닫아놓고 장사한다"며 "주말에는 오가는 사람이 더 많아지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올 겨울 동안 문을 열어둘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 관철동 번화가 일대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문구ㆍ사무용품점 점원은 "겨울에도 문을 열고 영업한 적이 많았는데 오늘부터 단속이 시작된다고 들어서 문 단속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게 옆에 있는 종합할인점은 아예 '에너지 절약에 관한 정부시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자 동절기에는 문을 닫고 영업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써 붙이기도 했다.
종로구청은 이날 오후2시부터 직원 2명을 1개조로 편성해 단속에 나섰지만 자동문이 고장나 잠깐 문이 열려 있던 도넛 전문점 1곳에만 경고장을 줬을 뿐 과태료 부과 대상은 찾지 못했다. 단속 직원 권문주(31)씨는 "지난달 3일부터 계도기간이 시작돼 수시로 가게를 들러 주의를 줬다"며 "처음에는 과격하게 반발하는 곳도 있었지만 지금은 문을 닫으라고 하면 바로 웃는 얼굴로 협조한다"고 말했다.
겨울뿐만 아니라 여름에도 문을 열고 냉방할 경우 과태료과 부과되기 때문에 아예 출입문을 자동문으로 바꾸는 가게도 늘고 있다. 관철동 일대의 경우 지난 여름 대여섯 곳이 자동문으로 개조했다. 한 화장품 가게 매니저는 "8월 가게 리모델링 때 자동문을 달았는데 주변 가게도 자동문으로 바꿀 생각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과태료 부과 첫날, 명동과 종로 일대 가게 대부분은 정부 지침을 잘 따르는 모습이었지만 과태료 부과 기간이 끝나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60대 시민은 "겨울철에 문을 닫고 영업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단속을 안 하더라도 스스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문화가 퍼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