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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北 5개항 합의] 위기때마다 빛난 승부사 기질

다섯번 체류연장 끝 면담 성사 남북경색 녹일 '선물' 까지 챙겨<br>경협사업 존폐기로 놓일 때마다 金위원장 직접만나 돌파구 마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다시 한번 발휘됐다. 현 회장은 이번 방북에서 다섯번이나 체류기간을 연장한 끝에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 석방과 더불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까지 성사시켰다. 게다가 단순한 만남에 그치지 않고 금강산ㆍ백두산관광 정상화, 추석기간 중 금강산서 이산가족 상봉 등 경직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선물’까지 챙겨왔다. 사실 현 회장이 평양을 방문했던 지난 10일은 남북관계가 금강산 관광객 피격과 관광 중단, 현대아산 직원억류 문제 등으로 ‘시계제로’인 상태였다. 특히 현 회장 방북기간 중에 김 위원장이 함흥과 원산지역 시찰을 위해 평양을 떠났고 현 회장이 수차례 체류기간을 연장하면서 미묘한 기류가 형성됐다. 현 회장은 이에 대해 귀경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스케줄이 이미 짜여져 있어 주말에 오라고 했지만 우리가 먼저 갔기 때문에 오래 체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현 회장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 전 미리 평양을 방문해 실무진과 만나 현안들에 대해 조율한 후 김 위원장과의 회동에서는 최종적으로 ‘담판’을 지은 것이다. 현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발휘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현모양처형 전업주부였던 그는 지난 2003년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현대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경영능력에 대한 주변의 우려가 많았지만 당시 시숙부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종결하고 2004년 3월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에 취임하는 등 강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대북사업은 취임 후 수차례 현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현 회장은 위기 때마다 현대가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전환시켜왔다. 북측은 지난 2005년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퇴출에 반발해 현대그룹과의 대북사업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이듬해에는 북한 핵실험으로 관광사업은 물론 남북경협사업 자체가 존폐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현 회장은 고비 때마다 “대북사업은 명예회장의 유지가 담긴 사업으로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대북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으며 김 위원장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성사시켜 돌파구를 마련했다. 실제 현 회장은 2005년 7월 회동에서 김 전 부회장 문제 등으로 불거진 갈등을 조율하고 백두산 관광사업 독점권과 개성 시범관광까지 얻어냈다. 또 2007년 10월에는 백두산과 개성관광 사업권 및 내금강 비로봉 관광을 성사시켰다. 현 회장의 대북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김 위원장에게도 믿음을 줬다. 김 위원장은 2007년 11월 현 회장과의 두번째 공식면담에서 “현대가가 남북관계의 개척자로서의 길을 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 회장은 이번에도 대북사업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고수하며 결국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이끌어내 꽉 막혔던 대북사업의 물꼬를 텄다. 현 회장은 1년 넘게 대북사업이 중단돼 현대아산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처했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인 대북사업은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는다” “단 한사람의 관광객만 있어도 금강산 관광은 계속한다”며 대북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혀왔다. 한편 이번 평양방문의 성과로 대북사업과 관련한 현 회장의 입지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의 이번 평양방문은 공식적으로는 사업자 자격이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정부의 대북 메시지를 전달한 ‘특사’ 성격도 지녔다. 공동 보도문에 명시된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정부와의 협의 없이 현 회장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현 회장에 대한 북측의 대우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실제 현 회장 일행은 국빈급 인사들이 주로 찾는 백화원에 머물렀으며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김 위원장이 현 회장 일행을 오랜 시간 접견하고 따뜻한 담화를 하면서 청원을 모두 풀어주었다”고 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회장은 이번 방북에서 남북간 가장 큰 현안이었던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하며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아냈다”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본인이 직접 나서 해법을 찾아냈기 때문에 앞으로 대북 창구로서의 역할론에도 더욱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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