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심정입니다. 지금까지 입은 피해를 보상 받기 위해서라도 행동에 나설 겁니다." (서부이촌동 주택가 주민) "새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단 한번의 과정도 없이 민간업자에게 강제수용권을 줬던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었어요. 하루빨리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기만 바랄 뿐입니다." (서부이촌동 아파트연합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13일, 사업 좌초 소식이 전해진 용산 서부이촌동 일대 주민들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사업 찬성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단독주택가 주민들은 물론 반대가 컸던 대림ㆍ성원 등 아파트 주민들 모두 사업을 부실로 몰고간 시행사는 물론 서부이촌동을 자의적으로 사업 대상에 포함시켰던 서울시를 향해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부이촌동은 용산개발 좌초의 가장 큰 피해자다. 2008년 서부이촌동이 용산철도기지창과 통합개발이 결정된 후 지난 5년 가까이 재산권 행사조차 못해왔기 때문이다.
서부이촌동 단독주택가 주민인 S씨는 "보상을 믿고 대출을 많이 받아서 이자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은 거의 패닉 상태"라고 전했다.
반면 서부이촌동 아파트연합비대위 측은 "이번 부도로 빨리 구역지정 해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근 상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촌2동의 한 점포 세입자는 "개발사업이 진행된 후 상권이 거의 붕괴된 상태인데 이제 와서 사업이 중단되면 어떻게 하느냐"며 "점포를 얻으면서 1억원 가까이 낸 권리금만 날리게 됐다"고 말했다.
상당수 주민들은 차라리 이 기회에 구역지정 해제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디폴트 상태에 빠진 드림허브가 4월21일까지 서울시에 실시계획인가 신청을 하지 않으면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구역지정이 해제될 수 있다. 하지만 드림허브가 부도 난 상황에서 다시 억지로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시간만 끌지도 모른다며 불안해 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업시행자인 드림허브는 물론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림아파트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파산한 사람도 있고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등 재산상의 피해가 막심한 주민들도 있어 향후 피해보상 청구소송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주민들과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용산사업 부도가 낳은 서부이촌동 사태를 계기로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A사 관계자는 "도시개발사업의 성패는 사실상 주민들의 의지에 달린 것"이라며 "이 때문에 일단 계획부터 세워놓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관(官) 중심적인 기존 사업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