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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새로운 인기 차종으로 떠올랐다. SUV의 실용성과 뛰어난 연비로 경제적인 차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특히 소형 SUV는 중·대형 세단이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는 미국과 달리 유럽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주력 차종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 시장에도 지난해부터 1,600㏄ 이하의 소형 SUV 차종 세 개가 연달아 등장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GM의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 'QM3', 한국닛산 '쥬크' 등이 그 주인공이다.
그렇다면 출시 후 길게는 1년 이상 지난 현재 이들의 성적표는 어떠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소형 SUV가 확실하게 시장에 안착한 유럽과 달리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서 이들 차종은 경쟁 모델을 위협할 만큼의 파괴력을 발휘하고 있지는 않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 특유의 특성 때문에 소형 SUV들이 경쟁 차종의 판매량에 큰 영향을 못 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들 소형 SUV보다 한 체급 위인 기아차 '스포티지R'은 지난 달 판매량이 4,459대로 전년 동월(3,616대)보다 오히려 5.6% 늘었다.
하지만 이들 소형 SUV 3인방은 최근 들어 서서히 판매량을 끌어올리며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다.
우선 한국닛산이 작년 10월 출시한 쥬크는 스포츠카와 SUV의 장점을 함께 갖춘 모델이다. 이 차는 올해 3월 판매량이 74대로 바닥을 치고 지난달 111대로 뛰어오르며 출시 후 월간 판매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닛산 측은 지난해 출시 당시 다케히코 기쿠치 대표가 밝힌 "월 500대 판매 목표"도 머지않아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 2월 나온 쉐보레 트랙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차의 지난달 판매량은 872대로 전년 동월(812대)과 비교해 7.4% 증가했다. 올해 1~4월 누적 판매량은 3,219대로 지난해(2,711대)보다 무려 18.7%나 뛰었다.
소형 SUV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활약상을 보이는 차는 르노삼성의 QM3다. 이 차는 지난해 12월 사전 예약 판매 개시 7분 만에 초도 물량 1,000대가 완전히 동났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해 전량 수입하는 제품임에도 현재 국내에 한 달 평균 2,000대 가량의 물량이 들어오고 있다. 올해 1~3월 누적 판매량은 889대였으나 지난달 1,445대로 급증하며 르노삼성의 내수 부활을 이끌고 있다. 수입 차량임에도 최저 가격이 2,250만원이고 감성적이고 화려한 디자인이 2030 전문직 여성과 신혼 부부 취향에 어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소형 SUV들이 한국 시장에 연착륙할 조짐을 보이면서 다른 회사들도 같은 차급의 국내 출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현대차는 '투싼ix'보다 한 체급 작은 'ix25'를 9~10월께 중국에서 출시한 뒤 내년께 국내서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렉서스가 베이징 모터쇼에서 공개한 'NX' 역시 한국 출시가 점쳐지는 소형 SUV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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