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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데뷔 첫 승은 갑작스러운 요로 결석을 딛고 이뤄낸 투혼의 우승이었고 4년6개월 만의 2승째는 예비신부 앞에 바치는 결혼 선물이었다.
이기상(28·플레이보이골프)이 '매치킹'에 올랐다. 25일 용인 88CC 서코스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에서 이기상은 최준우(35)를 1홀 남기고 2홀 차로 꺾고 우승했다. 2008년 데뷔 후 이듬해 첫 승을 올린 대회(동부화재프로미배 군산CC 챔피언십)도 매치플레이였으니 '맞짱왕' 애칭을 얻게 된 셈이다. 당시는 시즌 마지막 대회였는데 우승이 아니면 다음 해 시드를 잃을 위기였다. 대회 직전 스트레스로 인한 요로 결석마저 발견돼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할 정도였지만 은퇴까지 생각한 낭떠러지에서 끝내 기적의 우승을 이뤘었다.
매치플레이는 타수 합계로 순위를 가리는 스트로크플레이와 달리 1대1 64강 토너먼트라 매 경기가 결승이다. 하루 36홀 강행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 체력과 강심장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무대. 매치플레이 2승은 국내 남녀프로골프 투어 사상 첫 기록이다. 이기상은 올 시즌 상금랭킹 선두(2억6,300만원)로도 올라섰다.
지난해 상금랭킹 21위 등 상금 톱10에도 올라본 적 없는 이기상을 우승후보로 꼽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배상문과 김형성 등 '해외파'를 포함, 64명에게만 허락된 무대였다. 하지만 이기상은 '26번 시드의 반란'으로 스타 탄생을 알렸다. 그는 32강에서 홍순상을 1홀 차로 이기더니 16강에서는 김도훈을 2홀 차, 8강에서 김대현을 1홀 차로 눌렀다. 이들 3명은 역대 이 대회 우승자였다. 이변에 이변을 거듭 쓴 이기상은 4강에서 만난 또 다른 돌풍의 주인공 변진재마저 2홀 남기고 3홀 차로 완벽하게 꺾었다. 32강에서 배상문을 이겨 파란을 일으킨 변진재는 이날 3·4위전에서 신인 배윤호를 3홀 남기고 5홀 차로 크게 누르고 3위를 차지했다.
이기상은 결승에서 11번홀까지 물고 물리는 접전을 거듭하다 최준우가 12·13번홀에서 보기를 적는 사이 연속 파로 막으면서 승기를 잡았다. 15번홀에서 버디를 맞아 1홀 차로 추격 당했지만 이기상은 동요 없이 17번홀(파5)에서 경기를 끝냈다. 드라이버로 평균 295야드를 날리는 장타자 이기상은 210m를 남기고 17도 유틸리티 클럽으로 날린 두 번째 샷을 홀 1.7m에 붙였다. 2온1퍼트 뒤 컨시드를 받아 '빗속의 혈투'는 마무리됐다.
이기상은 경기 뒤 성악을 전공한 예비신부 곽보경(28)씨에게 '즉흥 프러포즈'도 했다. 우승상금 2억원이 쓰인 보드를 곽씨에게 바친 것. 이기상은 "첫 승 뒤 오랫동안 힘든 시기를 겪었는데 옆에서 힘이 돼준 소중한 사람"이라고 곽씨를 소개했다. 2009년 우승 직후 만난 둘은 11월22일 결혼한다. 이기상은 "한 홀을 망쳐도 다음 홀에서 잘 치면 그만인 매치플레이가 내 스타일에 맞다"면서도 "매치플레이에서 2승을 했으니 이제 스트로크플레이에서 첫 승을 신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춘천 라데나GC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는 윤슬아(28·파인테크닉스)가 김하늘(28·비씨카드)을 4홀 차로 누르고 우승했다. 1년7개월 만의 우승으로 통산 3승째. 윤슬아는 "위염에 시달리고 날씨도 안 좋았지만 이를 악물고 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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