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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생명보험 유감

며칠 전 일이다. 환자 한분이 국내 모 생명보험회사의 한 직원과 같이 진료실을 찾아왔다. 이분은 얼마 전 운동을 하다가 어깨를 다쳐서 대학병원으로 의뢰를 했던 분이다. 이후 수술을 잘 받고 회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보험에 가입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생보사들이 말하는 ‘위험 분산’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거구나 하고 실감을 한 경우다. 보험이 아니었다면 그 젊은 환자는 한두달 월급을 병원에 갔다바쳐야 했고, 몇 개월간 쪼들림을 겪어야 했을 것이다. 위험 분산과 위기에 처했을 때 구조자의 역할을 해주는 보험. 그래서 보험은 마치 ‘어머니’와 같은 이미지를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알아서 다해주는’ 보험을 원하지 않던가. 그러나 국내 일부 생보사는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의학적으로 전문가가 보기에는 충분히 그럴 만한 질병 발생과 그에 대한 치료로 발생하는 적절한 보험금에 대해, 진료실에 따라들어온 담당 보험회사 직원들의 태도를 보면 아쉬울 때가 많다. 집요하게 모든 정보를 얻어가려 하고 (이것까지는 괜찮다) 마치 보험 수급자들을 (보험 사기의) 용의자 취급해 꽤 씁쓸했던 적이 있다. 이런 유사한 경우를 여러번 경험해보고, 알아서 다해주는 보험사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와 형사처럼 행동하는 보험회사 직원의 행태 사이의 괴리를 보면서 이 회사가 과연 국내 굴지의 생명보험회사로서 고객 중심, 고객 섬김 경영을 지향하는지 의문스러웠다. 이는 그 직원 개인의 캐릭터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중간관리자들끼리의 경쟁 내지, 그들을 경쟁시킨 고위관리자의 책임일 것이다. 그런데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단기적으로 비용 감소에 성공할지 몰라도 그런 비어머니적인 인색한 이미지는 장기적으로 보험가입자의 감소, 보험사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행동하는 보험사 상품에는 가입하지 않을 것이다. 국내, 혹은 외국계 생보사의 경쟁이 어떻고 시스템이 어떻게 다른지 모른다. 하지만 보험사는 개인의 리스크를 예상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보험료를 책정하는 곳이다. 불이 나면 소화기를 말단 직원에게 쥐어주고 어서 끄라고 재촉하는 곳보다는, 좀더 체계적이고 세련되게 리스크를 관리해서 불이 났을 때 알아서 스프링클러가 불을 끄게 해주는 회사가 더 근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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