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화에 나서면서 개성공단 중단 사태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실마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특히 3년 가까이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장관급회담 의제로 포함시킴에 따라 오랫동안 냉각된 남북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
한반도 정세는 긴장국면에서 본격적인 대화국면으로 전환하게 되면서 장관급 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진전 등 남북 간 상호신뢰가 쌓이면 인도적 지원과 사회ㆍ문화적 교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로 한반도 평화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남북 간 상호신뢰 구축의 상징은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성사에 합의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의제 개성공단 정상화는 '다소 낙관'=장관급회담에서 논의될 의제 가운데 핵심은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다.
북한은 그동안 우리 측의 당국 간 회담 제의를 외면한 채 입주 기업체의 방북 허용만 촉구해오다 입장을 바꿔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 논의를 제안하고 연락ㆍ통신선을 재가동하고 나서 개성공단 사태 해결에 긍정적 요건이 형성됐다. 다만 우리 정부는 재발 방지책이 없는 당장의 공단 재가동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 확고해 정상화 합의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북측이 이를 전격 수용하면 개성공단 사태는 의외로 쉽게 풀릴 가능성이 높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개성공단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북한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회담 과정에서 우리 측이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나서면 북한으로서도 경제난 때문이라도 개성공단 정상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강산관광은 '난제', 이산가족 상봉은 기대=남북 간 입장 차가 커 금강산관광 재개는 장관급회담을 통해서도 쉽게 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08년의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 신변안전 보장 제도화 등 '3대 선결조건'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신변보장 등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이미 구두로 약속한 사안"이라며 추가적인 조치를 거부하는 입장이 강하다.
원상회복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등 해결할 문제가 많지만 북측이 경제난으로 금강산관광 재개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 및 현대와 체결한 기존 합의서의 효력을 부활시킨다는 전향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측은 개성공단보다 더 큰 달러 수입원인 금강산관광 재개를 바라고 있어 의외로 전향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 재개는 북한이 특별담화문에서 친척 상봉 등 인도주의 문제를 언급한 만큼 성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면 광복절이나 추석을 전후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협의 과정에서 변수라면 북한이 쌀과 비료 등의 비공식 지원을 상봉 재개로 대가로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 회담대표 김양건, 장소 강북 특급호텔 유력=이번 장관급회담의 진정성은 북한이 대표로 누구를 내세우느냐 것이다. 우리 정부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수석대표로 나설 예정이라 회담의 격을 맞추기 위해 북측에서는 우리의 통일부 격인 통일전선부 김양건 부장이 나와야 한다. 북한은 2007년 남북 장관급회담 당시 우리 측 통일부 장관 파트너로 국장급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를 내세운 바 있어 논란이 있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김양건 부장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는 등 김 부장이 나설 것을 사실상 요구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이번 실무회담의 주요 논의 사항 중 하나는 구체적인 개최 장소와 대표단의 이동 경로 등이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회담 장소로 우리 측은 제주와 부산에서 열린 세 차례의 회담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 강북 지역의 특급 호텔을 선택했고 북측은 평양의 고려호텔을 회담 장소와 대표단 숙소로 주로 이용했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이 4차례로 가장 많았는데 7월 말까지 리노베이션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회담 개최가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 대표단은 주로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서울에 도착했다. 21차 남북 장관급회담 당시에도 북측은 회담 당일 고려항공 전세기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육로를 이용하게 될 경우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우리 측이 제공하는 차량으로 갈아타고 서울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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