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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군기문란·방산비리 척결 어떻게

고성윤 군사평론가 전 국방연구원 현안위원장


고성윤


최근 전방 전투부대 지휘관인 기갑여단장이 임관한 지 얼마 안 된 여성 부사관을 성폭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여군 성추행 혐의로 사단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지가 엊그제인데 또다시 황망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방산비리 또한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전직 해군 참모총장을 비롯해 다수의 고위 장성 출신들이 뇌물수수와 뇌물공여 등의 죄목으로 수사받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한 예비역 공군 중장은 200억원대에 달하는 전투기 정비대금 사기죄로 구속됐다.

형량·실형선고율 민간수준 높여야

성범죄에 방산비리, 그리고 뇌물수수와 전투기 정비대금 사기까지 각종 악성 범죄를 전현직 고위 장교들이 저지르고 있다.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는 군에서 리더 위치에 있었던 그들이기에 가히 충격적이다. 이쯤 되면 '군이 갈 데까지 다 간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전현직 고위 장교의 범죄는 군의 사기를 추락시켜 전투력 골간을 뿌리째 뒤흔드는 '이적행위'나 진배없다. 문제는 이러한 군기문란과 비리가 소수의 일탈이 아니라 국방 전 분야에 퍼져 있을 것으로 의심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현 상황은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영원히 잃을지도 모를 분기점에 와 있다고 진단할 수 있다. 그런데 언론매체들도 그렇고 군 스스로도 문제의 본질이나 해결 방안에 대해 방향을 제대로 짚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 바람직한 대안을 찾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들은 군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군 기강을 세워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어불성설이다.

읍참마속이 무엇인가. 군율을 엄정히 세우기 위해 제갈량이 눈물을 머금고 유능한 장수 마속을 참한 것을 이르는 말 아닌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고 능력도 출중한 장수 마속이 어느 한 전장에서 제갈량의 지시를 어겨 싸움에서 졌고 그 이유로 참수형을 당한 것이다. 이를 애석해하며 제갈량이 눈물을 흘리고 휘하 장졸들에게 사과한 것을 일컬음이다.



허나 성범죄나 방산비리에 연루된 이들은 장수될 자격은커녕 사회 통념상 파렴치한이자 범법자일 뿐이다. 그러니 흘려야 할 눈물은 이들을 솎아내지 못하고 고속 승진시킨 군의 인사 시스템에 대한 통렬한 반성의 눈물이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리고 군 지휘부는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기 전에 부하 장병들부터 찾아 잘못을 빌어야 옳다. 제갈량도 그랬다. 이것이 제대로 된 처방에 앞서 군심(軍心)을 모으는 순서다. 군 지휘부가 읍참마속이 아닌 읍참내적(泣斬內賊), 즉 안의 적폐를 도려내기를 맹세하고 용서를 구하는 자세로 참회의 눈물을 흘려야 마땅하다.

연금 박탈·계급따라 가중처벌도 필요

그러나 이것으로 끝 날 일이 아니다. 환부를 도려낼 약속도 중요하나 예방책 마련 또한 절실하다. 부하에 대한 성 군기문란이나 뇌물수수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 집행이 뒤따라야 한다. 군 성범죄 실형 선고율이 민간에 비해 절반 정도인 것은 큰 문제다. 말로만 일벌백계나 무관용 원칙 운운할 것이 아니라 강력한 처벌을 뒷받침할 법의 정비가 먼저다.

군 형법에 '군인의 성범죄 및 뇌물수수에 관한 죄' 조항을 추가하고 형량 역시 일반법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 '군인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새로 제정해 금액 크기와 함께 계급이 높은 범법자일수록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연금 박탈 또한 포함돼야 한다. 병영문화혁신은 관심 병사만이 아니라 '관심 간부'를 대상으로 삼아야 할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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