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지르 부토(54) 파키스탄 전 총리가 암살되기 전에 작성한 유언장에서 19세의 아들 빌라왈을 자신의 정치적 후계자 겸 파키스탄인민당(PPP)의 새 지도자로 지명했다고 뉴스위크 인터넷판이 30일 밝혔다. 뉴스위크는 부토 전 총리가 유언장에서 이 같은 의사를 밝혔으며, 빌라왈은 30일 PPP 모임에서 이 유언장을 정식으로 읽을 것이라고 익명의 친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빌라왈은 올해 영국 옥스퍼드대에 갓 입학해 어린 나이므로, 부토의 남편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가 당분간 섭정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당장 빌라왈이나 자르다리가 PPP의 총리 후보로 추대되지는 않을 것이며 다른 고위 간부가 후보를 맡을 것으로 신문은 관측했다. 뉴스위크는 그러나 부토의 해외 망명기간에 PPP를 대신 이끌었던 아민 파힘 당부의장의 경우 카리스마가 부족해 부토의 후계자 감이 못되며, 총리 후보로 추대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부토 여사가 종신 의장을 맡았던 PPP는 40년전 아버지인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총리가 창당한 이래 부토 일가가 장악해왔기 때문에 빌라왈의 후계자 지명이 당 지도부에 의해 수용될 것이 확실시된다. 뉴스위크는 다만 부토의 남편인 자르다리는 ‘미스터 10%(계약대금의 10%는 커미션으로 챙긴다는 뜻)’라고 불릴 정도로 매우 부패한 인물로 알려져 있어 그가 빌라왈을 대신하는데 대해선 논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부토 여사가 이 같은 유언을 언제 남겼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그는 8년간의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하면서 암살에 대비한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도 부토의 장례식을 계기로 PPP 내에서 후임자에 대한 문제가 본격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자르다리가 당분간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보도했다. 부토의 전직 보좌관인 샤프카트 마무드는 “우리 당에서는 항상 부토 가문이 핵심적 역할을 맡아 왔다”면서 “앞으로도 한참 동안 빌라왈이나 자르다리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도 자체 분석기사에서 빌라왈이 거대 야당을 이끌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지적하면서 만약 빌라왈이 새 지도자로 옹립되더라도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번 암살 사건에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개입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30일자 인터넷판에서 무샤라프 정부가 부토의 외국 사설 경호업체 고용계획을 봉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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