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우려되는 것은 집값 하락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넘어서는 대출금이다. 다른 담보대출에 비해 부실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들이 이를 위험대출로 간주하고 만기가 되면 LTV 초과 대출금에 대해서는 상환이나 담보 보강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LTV 한도를 순수하게 초과한 금액은 6월 말 현재 8조원이고 이를 포함한 담보대출 총액은 55조원에 이른다. 이 역시 3개월 동안 모두 20%씩 늘어났다. 가구당 2억원씩 빌렸다면 23만채에 이르는 주택이 빚 독촉이 쫓기게 되는 아슬아슬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만약 금융권이 잠재적 부실채권의 원금회수에 나서면 23만채의 주택이 폭탄 세일에 내몰리고 이럴 경우 결국 집값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금융당국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LTV 초과 대출을 신용대출로 전환하거나 만기를 연장하도록 금융권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책으로 주택 빚 문제를 풀기에는 역부족이다.
주택 빚 문제는 그동안 대출억제에 초점을 맞춘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의 일환으로 소극적으로 다뤄왔다. 그러나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자산 디플레이션 심리가 만연한 상황이라 이제는 따로 떼어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다.
우리는 주택 빚 문제에 대한 정책당국의 상황인식이 잘못됐거나 안이한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기를 권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가계빚 문제는 관리가 가능하다"고 밝혀왔다. 가계빚이 금융권 부실로 전이돼 미국과 같은 금융위기로 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장담이다. 하지만 부채 폭탄이 터지는 임계점이 어디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더욱이 일단 한계에 이르면 경제 전반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가공할 만한 파괴력이 더 문제다. 금융위기론의 대가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의 지적처럼 "우리는 다르다"고 장담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가공할 재앙을 초래한 곳이 미국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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