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있다면 올해로 200살이 되는 '이탈리아 가극의 왕'작곡가 주세페 베르디(1813∼1901). 그의 탄생을 기념하는 융숭한 잔칫상이 열린다. 오는 10일부터 내달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국립오페라단과 4개 민간오페라단이 이끄는'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올해 페스티벌 키워드는 역시'베르디'다. 참가작 5편 중 3편을 베르디 오페라로 꾸렸다. 페스티벌 개막은 베르디의 대표작'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가 알린다. 65년 전 국내 오페라 사상 처음으로 그것도 '라 트라비아타(춘희)'를 공연했던 ㈔조선오페라단이 10∼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이 작품을 올린다.
'라 트라비아타'는 베르디가 한창 인기를 얻을 때 만들어진 작품으로, 애초 흥행성을 염두에 두고 대중의 입맛에 맞게 써 내려간 작품이다.'라 트라비아타'는 이탈리아 원어로'길을 잃어 방황하는 여인'이라는 뜻이다. 베르디가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가 쓴 소설'동백꽃 아가씨'(La Dame aux Camelias) 에 영감을 받아 곡을 썼다. 파리 상류사회의 고급 매춘부 비올레타와 순진한 귀족 청년 알프레도는 신분을 넘어선 정열적 사랑에 빠지지만,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 줄거리다. 통속적인 드라마가 밑바탕이지만 짜임새 있는 음악, 성악적 기교와 화려함의 정점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아리아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중 하나다. 축하나 기념 행사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축배의 노래(Brindisi)' 는'라 트라비아타'의 대표적 아리아다. 사랑을 고백하고 찬미하는 알프레도와 그 사랑 앞에 가슴 설레는 비올레타의 마음이 담긴 곡이다.
이번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개막작'라 트라비아타'는 이탈리아 베르디 국립음악원 교수로 재직했던 알베르토 토니니가 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방정욱이 연출을 맡는다. 비련의 주인공 비올레타 역에는 소프라노 박미자(이화여대 교수)·오은경(세종대 교수)·최인영이, 알프레도 역은 러시아 테너 유게니 나고비친과 나승서가 번갈아 맡는다.
'라 트라비아타'를 무대에 올리는 조선오페라단은 11일 낮 공연(오후3시)에 저소득층과 소년소녀가장 및 다문화가정 청소년 등을 초청하고, 오페라 평론가 손수연씨가 해설을 맡아 관객의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최승우 조선오페라단장은"경제적 빈곤 못지 않게 문화적 빈곤 상태에 있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이 같은 초청 공연을 마련했다"며"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회 취약계층 및 청소년들을 공연에 초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페라페스티벌 기간 동안'라 트라비아타'외에도 베르디 향연은 계속된다.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장수동)은'운명의 힘'(5월 17∼19일)을, 노블아트오페라단(단장 신선섭)은'리골레토'(5월 24∼26일)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린다.
베르디 오페라 성찬(盛饌)외에 한국 정서가 녹아 든 창작오페라도 빠지지 않는다. 고려오페라단(단장 이기균)은'봄이 왔어요' 등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 받는 동요를 작곡한 원로 작곡가 박재훈의 작품'손양원'(5월 31일∼6월 2일)을 선보인다. 일제 시대 전남 여수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본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를 다뤘다.'처용설화'를 재해석한 국립오페라단(단장 김의준)의'처용'(6월 8∼9일)도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마지막 무대로 만나 볼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