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가지정 격리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에 긴밀한 소통과 협업이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날 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다른 내용의 메르스 관련 자료를 발표해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킨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지자체 및 관련단체가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특이사항이 있다든지, 제보할 것이 있다면 일단 중앙방역대책본부로 통보를 해서 창구를 일원화해서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 메르스 초기 대응과 관련해 “지난 20일 최초로 환자가 발생한 후에 정부가 초기에 국제기준과 매뉴얼에 따라서 대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초동 대응에 허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현재는 정부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민간 전문가들과 확산방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국민들께서 믿음을 가져주시기를 바란다”며 “자가 격리된 분들이 외부와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 협조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일부에서는 격리병원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주변에 가면 감염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다”면서 “하지만 바이러스가 절대로 외부로 나갈 수 없도록 음압병상에서 안전하게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 이 점도 국민들께 충분히 알려드려서 쓸데없는 걱정을 하시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예정된 통일준비위원회 회의를 연기하고 국립중앙의료원 방문을 결정한 것은 메르스 대응에 대통령 자신이 직접 나서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정부 부처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처를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병원에 가서 상황을 체크해봐야겠으니 준비를 해달라’고 참모진들에게 지시했다”며 “메르스 사태로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박 대통령께서 직접 병원을 방문함으로써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 최일선 현장인 국립중앙의료원(국가지정 격리병원)을 방문해 운영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고 의료진과 민간 전문가의 의견도 청취했다”고 말했다.
또 “메르스 환자 치료에 매진하고 있는 의료진을 격려하고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예방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가 늑장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은 물론 정부 부처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무총리가 부재한 상황에서 권한대행인 최경환 부총리는 유럽출장으로 자리를 비웠고 보건업무를 총괄하는 황우여 부총리도 사태수습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립중앙의료원을 전격 방문한 것은 메르스 사태 수습에 체계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정부부처와 공무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김무성 대표는 4일 메르스 치료를 담당하는 서울 시내 한 국공립 의료기관을 방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김 대표는 당 메르스 비상대책특위의 이명수 위원장, 문정림·박인숙 의원, 권은희 대변인만 동행한 채 언론에도 알리지 않고 비공개로 방문했다.
권 대변인은 “김 대표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며 “병원에서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환자 치료에 집중하고 부족한 게 있으면 정부 여당에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