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초제를 뿌려도 끄떡없는 유전자조작(GMㆍGenetically Modified) 밀의 생명력이 끈질기다. 미국의 거대 농약ㆍ종자기업인 몬산토가 개발한 GM 밀 'MON 71800'은 글리포세이트 성분의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게 유전자를 조작한 종자다. 하지만 '사람과 생태계에 대한 잠재적 위해성 논란이 있는 GM 농산물을 주식(主食)인 밀에 허용해선 안 된다'는 여론에 밀려 판매ㆍ재배 승인 신청을 철회했다. GM 옥수수ㆍ콩 등이 넘쳐나지만 밀은 여전히 상업화한 GM 종자가 없다.
△시험재배를 안 한 지 7년여가 지났는데도 최근 MON 71800이 미국의 주요 밀 재배지인 오리건주에서 발견됐다. 몬산토가 제초제 저항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1998~2005년 미국 16개 주에서 시험재배하는 과정에서 종족ㆍ개체 유지 본능까지 통제하진 못한 모양이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미국에서 GM 밀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일본ㆍ한국ㆍ유럽연합(EU)은 수입을 중단하거나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미국 칼젠사의 무르지 않는 토마토가 1994년 GM 종자로는 처음으로 판매ㆍ재배 승인을 받은 후 GM 농산물 재배 면적은 급팽창했다. 상업재배가 본격화된 1996년 170만㏊에서 지난해 1억7,030만㏊로 100배 늘었다. 병해충ㆍ제초제ㆍ냉해ㆍ가뭄에 강하거나 수확량이 많은 데다 비 GM 농산물보다 20%가량 싸 미국ㆍ브라질ㆍ아르헨티나 등 28개국 1,730만 농민이 재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784만톤의 GM 옥수수ㆍ콩 등을 수입했는데 식용유ㆍ전분 등의 원료로 쓰는 식용이 191만여톤, 사료용이 592만여톤이다.
△GM 농산물은 이미 식용유ㆍ고추장ㆍ된장은 물론 가공식품의 원료로 쓰이는 물엿ㆍ과당을 만드는 데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GM 성분을 표시한 가공식품이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GM 표시 제도는 유명무실하다. 그래서 국회가 나섰다. EU처럼 조금이라도 GM 농산물이 들어 있으면 표시를 의무화하는 2건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법제화는 불투명하다. 장바구니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식품업계의 주장이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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