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반의 했던 세종시 이전이 가시화 되면서 혁신도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소속기관 종사자들도 먼 미래의 일쯤으로 여겼던 혁신도시 이주가 당장 내년으로 다가 오면서 이전을 체감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시작된 혁신도시 사업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국책 사업이다. 총 147개 공공기관 중 113개 기관을 부산ㆍ대구ㆍ울산ㆍ원주ㆍ완주ㆍ나주ㆍ김천ㆍ진주ㆍ진천ㆍ음성ㆍ서귀포 등 10개 지역으로 이전하게 된다. 나머지 34개 기관은 세종시와 개별도시로 옮긴다.
10곳 혁신도시 총 면적은 4,495만㎡로 여의도 면적의 15배 이상이다. 예상 유입인구도 27만명에 달하며 정부에서 투입하는 사업비 규모만 약 10조원에 이른다.
올해는 국립해양조사원(부산)과 국토해양인재개발원(서귀포) 두 곳이 이주를 시작하고 본격적인 이전은 내년부터 2014년으로 예정돼 있다.
혁신도시 이전이 점차 다가오면서 올 들어 주춤할 듯하던 지방 분양 열기가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세종시 분양 열기의 바통을 혁신도시가 이어받은 모양새다.
이달초 김천혁신도시에서 처음으로 분양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660가구의 경우 2,000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려 평균 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일부 주택형은 1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제주혁신도시에서 공급한 보금자리주택도 거의 모든 주택형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혁신도시내 아파트 분양은 올해부터 본격화 되고 있다. 이주 시기에 맞춰 아파트 입주도 가능토록 하기 위해 LH와 민간 건설사들이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것. 분양가가 저렴하고 국책 신도시내 조성되는 단지이기 때문에 공공기관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도 분양 대기자가 늘고 있다.
혁신도시내 아파트 분양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8개 단지에서 4,000여 가구를 분양하는데 그쳤지만 올해는 총 31개 단지에서 2만3,000여 가구가 풀릴 예정이다. 2014년부터는 대형 공공기관들이 이주를 할 것으로 보여 이주시기에 맞춰 아파트 분양도 이뤄지고 있는 것.
이미 분양을 시작한 단지들의 경우 청약 경쟁률이 고공행진을 해오고 있다. 혁신도시의 경우 자족기능을 갖춘 '국책' 신도시라는 점에서 투자 매력이 크다. 특히 이전기관 종사자 뿐 아니라 해당 지역 수요자들의 관심도 높다. 다만 도시 조성이 완료되기까지 상당 시일이 소요되고 분양가가 지역별로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꼼꼼히 따져보고 청약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부산ㆍ울산ㆍ원주 분양 잇따라= 올해 분양 예정 물량은 전남혁신도시인 나주가 5,208가구로 가장 많다. 이외에 ▦울산 3,652가구 ▦부산 2,304가구 ▦원주 2,216가구 ▦전주ㆍ완주 2,207가구 ▦음성ㆍ진천 1,988가구 ▦김천 2,131가구 ▦진주 1,779가구 ▦ 대구 1,279가구 ▦서귀포 450가구 등이다.
지난 달에는 부산ㆍ대구ㆍ원주ㆍ김천 등에서 분양이 시작됐으며 이달부터는 서귀포, 나주, 진천ㆍ음성, 진주까지 분양대상 단지가 확대된다.
올해 분양되는 아파트는 중 전용 85㎡이하의 소형 아파트가 총 1만9,825가구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가격 경쟁력도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최근 분양한 부산 대연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종사자 분양가는 3.3㎡당 860만 원선이었다. 이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3,000~5,000만원의 시세차익이 바로 가능하다.
국토부 공공기관지방이전 추진단 관계자는 "중소형 아파트는 토지를 조성원가 이하로 공급하는데다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분양가격이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서 분양가가 저렴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최근 분양한 대구 혁신도시의 경우 분양가격이 인근 단지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이전 공공기관 종사가 대상 청약에서는 미달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반 청약은 '바늘구멍' = 혁신도시 청약은 해당 기관종사자 할당 물량을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청약이 가능하다. 다만 지역 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타 지역의 일반 청약자에게는 당첨이 '바늘 구멍'이다. 특히 국토부가 올해 초 이전기관 직원들의 청약 기회가 확대될 수 있도록 '지방이전 공공기관 종사자 등에 관한 주택특별공급 운영기준'을 개정하면서 해당지역내 일반 청약자들도 물량을 받기는 더 힘들어 졌다. 시ㆍ도지사가 정하는 특별공급 비율의 하한선이 분양 및 임대주택 건설량의 50% 이상에서 70% 이상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에따라 이전기관 종사자 50%, 기타특별공급 25%(3자녀ㆍ노부모특별공양 등), 일반청약물량 25%의 혁신도시 공급 비율은 이전기관 종사자 70%, 기타특별공급 25%, 일반청약 5%로 바뀌게 됐다.
인기 지역의 경우 일반 청약의 경우 경쟁률이 치솟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울산혁신도시에서 분양된 IS 동서의 '에일린의 뜰' 아파트 464가구는 1ㆍ2순위 청약에서 4,693명이 접수해 평균 1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분양가격이 민간 건설사보다 저렴한 공공 분양 주택은 실속파들에게 더 인기다. LH가 김천 혁신도시에서 공급한 공공 분양주택 660가구에 대한 청약 결과 2,000여 명이 신청해 평균 3대1,최고 1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혁신도시 이전 대상 공공기관 신청자가 487명으로, 최초 수요조사 때의 344명을 초과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분양가, 입지여건 꼼꼼히 따져야 = 해당 지역에서는 교육과 인프라, 자족기능까지 갖춘 신도시가 들어서기 때문에 '갈아타기' 수요가 풍부하다.
그러나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종사자라면 지역 실수요자보다 좀더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현재 지방 시장의 경우 신규 분양시장은 뜨겁지만 기존 주택 시장의 경우 가격 상승률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둔화되고 있다.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한 시세 차익 기대감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지역내 거점도시라는 점에서 개발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도시가 자리잡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써브의 함영진 실장은 "공공기관 이전외에 민간 회사의 투자 유치가 계획대로 이뤄질지 여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며 "장밋빛 청사진만 기대하고 청약 열기에 휩쓸려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처분하기 곤란한 상황이 올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공공기관 종사자의 경우에는 더 신중해야 한다. 수도권에 집을 팔고 지방에 주택을 매입하는 중대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지방보다는 수도권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구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저가 메리트가 충분하지 않은 이상 우선 전세로 살다가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을 고려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 혁신도시 어떻게 조성되나 혁신도시는 도시계획 및 에너지 측면에서도 기존 신도시와는 '격이 다른'도시로 조성된다. 우선 각 도시별로 특색을 드러내는 고유의 색을 가지게 된다. 아파트와 공공청사 등에 지역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색채를 지정해 지붕과 외벽 등에 적용된다. 마치 하얀색 집들이 즐비한 그리스 산토리니섬이나 붉은색 지붕의 집이 많은 독일 하이델베르크처럼 아름다운 도시를 꾸미기 위해서다. 국토해양부는 이를 위해 혁신도시별로 5~8개의 지붕색과 5~12개의 강조색을 제시했다. 건축주는 제시된 색상 범위 내에서 건물 외벽ㆍ지붕 등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해당 지자체는 혁신도시에 짓는 아파트와 공공기관 건물, 단독주택, 상가 등 거의 모든 건물의 건축허가와 건축물 사용승인 단계에서 지붕과 외벽 등에 지정한 색채를 사용하는지 확인하고, 이를 어기면 시정 권고를 내리게 된다. 예컨대 그린에너지 시범도시인 광주ㆍ전남혁신도시에는 따뜻한 느낌의 노란색 계통을, 물과 교통의 도시인 경북 김천은 파란색과 황금색 계열이 주로 쓰이게 된다. 국제교류 중심지인 제주는 흰색과 검은색을 대표적인 색깔로 지정했다. 혁신도시는 색채 도시계획뿐 아니라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도 차별화된다. 국토부는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10개의 공공기관의 청사를 에너지절약형 녹색건물로 짓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초에너지절약형 녹색건축물은 건물 1차 에너지소요량이 에너지효율 1등급보다 5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건물이다. 이 같은 건물에는 고단열 벽체·창호 등 패시브디자인(Passive Design)과 LED 조명, 자동제어, 고효율 냉ㆍ난방설비 등 액티브디자인(Active Design)이 적용된다. 또 태양광ㆍ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일반 건축물의 3분의1에도 이하의 에너지 사용만으로 운영이 가능하게 된다. 초에너지절약건물로 청사를 신축하는 기관은 ▦한국전기안전공사(전북) ▦대한석탄공사(강원) ▦에너지관리공단(울산) 등 3개 에너지 관련 기관과 교육학술 관련 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충북) ▦한국사학진흥재단(대구) 등 2개 기관 그리고 ▦한국토지주택공사(경남), ▦한국해양연구원(부산) ▦국세청 고객만족센터(제주) ▦해양경찰학교(전남) ▦우정사업조달사무소(경북) 등 3개 기관 등이다. 이를 통해 연간 24억원의 에너지비용을 아낄 수 있을 전망이다. 건물 수명이 평균 63년임을 감안하면 총 1,512억원을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이전기관 중 최대규모(연면적 10만9,520㎡)의 청사를 짓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대형건축물 중 국내 최초로 1차 에너지소요량을 ㎡당 149.5㎾h/㎡까지 절감할 계획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역시 1차 에너지소요량 연간 ㎡당 147.1㎾h로 지난 2월 예비인증을 취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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