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레바논의 무력충돌이 장기화하면서 양국 경제에 '전쟁의 상흔'이 점차 커지고 있다. 2주째 폭격을 받고 있는 레바논 경제는 거의 빈사 상태에 빠졌고, 상대적으로 우세하게 전황을 이끌고 있는 이스라엘도 접경인 북부지방의 산업 붕괴와 함께 피해가 남부로 확대되고 있다. 27일 AP통신은 레바논 헤즈볼라의 포격권에 위치한 이스라엘 북부지방의 경제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전투가 1~2주 안에 끝나더라도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를 손해 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지난해 GDP(1,300억달러)를 감안할 때 약 130억달러의 피해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5.9% 보다 1.4%포인트 떨어진 4.5%에 그칠 전망이다. 국경에서 40㎞ 정도 떨어져 있는 이스라엘 제3의 도시인 하이파의 도시기능은 거의 마비상태다. 기업의 3분의 1 정도가 정상 활동중이지만 이들도 이스라엘에서 두번째로 큰 하이파 항구가 폐쇄됨에 따라 생산물을 육로를 통해 남부 항구로 운반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이파는 현재까지 70여발의 로켓을 맞았고 10명의 사망자가 났다. 이스라엘공업협회에 따르면 하이파에서만 지난 보름동안 8,900만달러의 생산차질이 발생했다. 지역 관광업도 무너지고 있다. 나사렛 등 기독교 유적지를 찾아오는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숙박업소와 음식점, 운송업계가 치명타를 입고 있다. 이스라엘호텔협회의 프리나 샬레바 대변인은 "북부지역 호텔업계는 전쟁으로 한달에 2,700만달러의 손해를 입을 것"이라며 "피해가 남쪽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름동안 집중 공습을 받은 레바논 경제는 거의 파산 직전이다. 레바논 내 거의 모든 교량 및 주요 도로의 80%가 파괴됐으며 공항ㆍ항만ㆍ통신시설 등 인프라 피해액만 10억달러를 훨씬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관광객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이 전쟁터를 피해 빠져나가면서 이 나라 경제의 생명줄이었던 외부 자금도 말라버렸다. 1989년 내전 종식이후 활발하던 건설공사는 중단됐고 베이루트 증시도 지난 15일부터 휴업상태다. 레바논의 지난해 GDP는 240억달러로 올해 6% 성장을 희망했지만 이번 전쟁으로 2~3% 성장도 불투명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350억달러의 정부 부채 상환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BLC은행의 사디 카램 행장은 "레바논 경제 피해가 너무 크다"며 "30억달러의 즉각적인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개전 16일째인 27일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에 공습과 포격을 계속했으며 레바논인 사망자는 423명으로 늘었다. 헤즈볼라는 26일 국경지대에서 매복 공격을 감행, 이스라엘군 9명을 사살하면서 개전 후 최대의 인명피해를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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