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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업인 증인 장사하는 국감

나흘 뒤면 올해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의 증인과 참고인 채택도 마무리 단계다. 현재까지 확정된 주요 7개 상임위의 기업인, 민간단체 대표는 193명이나 된다. 지난해 164명을 훌쩍 뛰어넘은 사상 최대 규모다.

재계는 국감이 기업감사로 변질되고 있다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촌각을 다투는 기업인들이 국회 문턱을 들락날락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면 경쟁력이 바닥을 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재계의 주장이지만 이는 틀렸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멋진 기업이라고 해서 무법지대에 넋을 놓고 걸터앉은 성역이 돼서는 곤란하다. 장관이든 최고경영자(CEO)든 필요하면 증언도 하고 잘못이 있으면 감사도 받아야 한다.

다만 경제민주화, 을(乙) 보호, 상생과 같은 아름다운 가치를 담은 조어들이 남용되고 오용되면서 '만만한 게 기업인 나라'로 바뀌고 있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높으신 나으리 눈치 보기 바쁜 기업인들은 그래서 국감 시즌만 되면 뻔질나게 국회를 드나든다. 의원을 만나기 힘들면 보좌관이라도 만나 밥 사고 술 사고 골프 접대를 한다.

'우리 대표님 증인 목록에서 좀 빼주십사' 하는 부탁을 밥과 술과 골프에 은밀히 실어 나른다. 이 희한하고 요상한 '증인 장사'에서 어리숙하게 제 몫을 못 챙긴 기업인들은 도리 없이 국회로 불려 나와 의원들로부터 야단을 맞고 호통을 듣는다.



집권 여당의 보이지 않는 힘을 등에 업은 장관이나 기관장들보다 심하게 쩔쩔 매며 삐질삐질 땀을 흘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호송줄 안 두르고 수갑만 안 찼지 죄인이나 진배 없다.

하지만 국민은 다 안다. 어떤 추악한 증인 장사를 했건 의원에게는 국감이 누구 하나 앉혀 놓고 정의의 사도처럼 얼굴을 붉히며 벌이는 한바탕 '쇼'의 무대라는 것을. 제대로 짜인 한판의 쇼로 '국감 스타'에 등극해 미디어도 장식하고 금배지의 유통기한도 늘려보려는 심산이라는 것을.

25년 전 5공 청문회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명패를 집어 던진 '바보 노무현'처럼 국민에게 뜨거운 통쾌함을 안기고 싶은가. 길은 하나다. 사실에 기초한 냉철한 정책국감을 펼치는 것뿐이다.

국감에서 한탕 해볼 심산으로 만만한 기업, 손봐 주고 싶은 기업 리스트만 훑다가는 표심(票心)이고 민심(民心)이고 다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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