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는 9일 발표한 '국제경제 및 환율정책에 대한 국회 반기보고서'에서 "한국 당국이 막대하게 증가하는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원화 평가절상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했다는 점을 주목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상당한 외환보유액, 평가절하된 원화를 감안할 때 우리(재무부)는 한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경고했다.
재무부는 보고서에 이례적으로 '한국의 환율개입'이라는 제목으로 월별 개입 추정 자료를 그래프로 그려 넣기까지 했다. 아울러 우리 외환 당국이 지난해 5월 달러화 순매수를 시작해 여름 무렵에는 시장에 대거 개입했으며 9~11월까지는 개입을 줄이다가 다시 12월과 올해 1월 개입을 크게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명시했다. 재무부는 "이 문제에 대해 한국과 심하게 충돌했다"며 "(한국의 외환) 당국자들은 환율 운용의 투명성 역시 높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반면 재무부는 일본 엔화의 과도한 평가절하에 대해서는 보고서에서 별다른 비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은 3년 이상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2012년 후반부터 2013년까지 진행됐던 달러 대비 엔화 약세 문제가 이후 개선됐음을 되짚었다. 또 오히려 일본의 내수 약세를 우려하면서 "일본의 (경제)정책이 소비세 증세 충격을 상쇄하지 못했다"며 더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독려했다. 일본은행이 내수 부양을 명분으로 삼아 대규모 양적완화와 금리인하를 단행해 엔화 약세를 가속화시켰던 것을 감안할 때 재무부의 이번 논조는 사실상 추가 엔저 용인이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미국은 우호적 시선을 던졌다.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 수준 감소를 주목한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지난해 런민비(중국 화폐)는 비교적 미국 달러화 대비 적정 (환율) 범위 내에 머물렀던 몇 안 되는 통화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이번 보고서 자체가 노골적으로 한국을 타깃으로 삼은 셈이다.
이에 대해 외환 당국은 "환율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는 것"이라며 "당국이 일정 환율 수준을 목표로 두고 의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미세 조정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다른 당국자는 "당국의 개입으로 환율시장 흐름을 뒤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미 재무부 보고서는 달러 기축통화국의 일방적 횡포"라며 "그동안 미국이 자국 경제 살리겠다고 전 세계 시장에 달러를 무제한으로 뿌리고 시장안정에 나선 것을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도 "자신들은 화물차 몰고 난폭운전하면서 경차 모는 운전자들에게 방어운전 말라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민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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