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은 매일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자연과학은 우리에게 산업화나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의 모습과 행동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자연과학 가운데 관심 분야로 떠오르는 뇌과학도 예외가 아니다.
줄기세포는 여러 다양한 종류의 세포들로 전환될 수 있는 만능세포다. 이 중 신경줄기세포는 우리 뇌 속에 존재하면서 신경세포나 신경계의 다른 세포들을 만들어낸다. 우리 뇌는 태아 발달기에 많은 수의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면서 빠르게 커지게 된다.
신경줄기세포 생성여부 치매와 밀접
하지만 일단 태어난 후에는 더 이상 신경세포가 새로 만들어지지 않고 죽을 때까지 같은 신경세포들과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 치매나 뇌졸중 같은 뇌질환의 치료가 매우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가 손상된 신경세포를 대신할 새로운 신경세포가 우리 뇌에서 잘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뇌의 특정영역에는 신경줄기세포가 존재해 어른의 뇌에서도 아주 적은 수지만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든다는 것이 뇌신경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운동을 하면 우리 뇌가 새로운 신경세포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나이가 들거나 우울증, 치매 등에 걸린 경우 또는 비만이나 당뇨와 같은 신체대사질환을 앓는 경우 신경줄기세포의 수가 줄어들면서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드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결과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그럼 만약 신경줄기세포가 죽지 않도록 조작한다면 우리 뇌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실제 신경줄기세포의 사멸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없앤 생쥐의 경우 새로 만들어지는 신경세포의 수가 많아지면서 비슷한 주변환경 간 차이를 구별해내는 인지능력과 기억력이 향상되는 결과를 보여줬다. 또한 이 생쥐들에게 운동을 시켰더니 주변을 탐구하려는 호기심이 커진 반면 불안해하는 행동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결과들은 비록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신경세포가 기존의 신경세포들과 조화를 이뤄 학습·기억·판단 등의 뇌기능과 행동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를 우리 인간에게 적용해본다면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많은 요인들 즉 놀이·학습·대인관계·스트레스 등 다양한 사회적 활동이나 신체활동, 노화나 뇌질환 등이 신경줄기세포의 변화와 새로운 신경세포의 생성에 영향을 미쳐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성찰의 도구' 기초뇌과학 지원 늘려야
신경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는 우리 뇌에 대한 이해를 높여 많은 난치성 뇌질환 치료의 길을 열어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적인 측면과는 별개로 이런 연구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우리 행동의 밑바탕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하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종교·문학·예술 등 모든 위대한 인간행위는 결국 우리는 누구이며 세상은 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이뤄져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의 갈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초뇌과학 연구도 우리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성찰하는 한 가지 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기초뇌과학에 대한 지원이 당장의 실용적 성과의 산출을 넘어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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