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ㆍ일본ㆍ중국 등 아시아 투자자들이 미국 국책 모기지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채권매입을 외면하는 바람에 두 기관의 유동성 위기가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독자생존이 불가능하고 종국에는 미 연방정부가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 국유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주 패니매가 발행한 3년 만기 채권 35억달러 가운데 아시아 투자자들이 매입한 규모는 22%에 불과했다. 지난 5월 패니매 발행채권의 42%, 프레디맥 채권의 41%를 아시아 투자자들이 매입한 데 비하면 비율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두 기관의 채권에는 미국 국채(TB)보다 높은 금리(가산금리)가 붙기 때문에 아시아 각국 정부가 보유외환의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해 통상 이들 모기지 채권의 3분의1을 매입하는 우량고객이었다. WSJ는 아시아 고객들이 미국 재무부의 지원 여부에 대해 눈치를 보느라 모기지 채권 매입을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프레디맥 채권의 가산금리는 5월 TB에 대해 0.41%에서 최근에는 1.04%로 급등했다. 아시아 고객들이 패니매와 프레디맥 채권매입을 기피하는 바람에 두 기관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데다 미국 정부 당국자도 두 기관의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는 발언을 흘려 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WSJ의 자매 금융주간지 배런스는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재무부에서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증자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우선주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두 기관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방침이 정부 관계자에게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제니퍼 주카렐리 재무부 대변인은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두 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의사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뉴욕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미 재무부가 3ㆍ4분기 중 주식매입 방식으로 두 기관의 국영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했다. 배런스의 보도로 18일(현지시간)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주가는 각각 21.8%와 24.4% 폭락, 17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180.51포인트(1.55%) 급락했으며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51%, 1.45% 하락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 두 기관이 스스로 증자에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에 팽배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조기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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