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탁구 간판이자 맏언니인 김경아(36ㆍ대한항공)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생애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 오른 그다. 세계랭킹 5위에 랭크된 김경아는 지난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에 이어 이번 런던 대회가 세 번째 출전이다.
이번 대회에서의 목표는 메달 색깔을 바꾸는 것이다. 아테네 때는 단식 동메달, 베이징에서는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탁구 대표팀과 팬들은 내심 2004 아테네올림픽 이후 8년 만에 탁구의 '금맥'을 이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비형 선수인 김경아는 베테랑이지만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수비 일변도의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준 뒤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연신 넘어온 공을 커트해 받아내던 그는 으레 공을 깎아 수비만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상대에게 드라이브로 공격하며 경기를 주도하는 스타일로 바꿨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4월 국제탁구연맹(ITTF) 스페인 오픈 단ㆍ복식 2관왕, 칠레 오픈 단식 우승에 이어 최근 브라질 오픈 단식 제패 등으로 생애 첫 단식 3연속 우승 기록까지 작성했다.
런던에 입성한 뒤 "컨디션이 더 올라왔다"는 김경아는 이번 대회에서 산뜻하게 출발했다. 김경아는 30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엑셀 런던 탁구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개인전 단식 본선 3회전(32강)에서 류자(45위ㆍ오스트리아)를 4대1(11대8 6대11 11대4 11대5 11대9)로 제압했다. 3번 시드로 32강에 직행한 그는 첫 세트에서 승리한 뒤 2세트를 내줬으나 세 세트를 내리 따내 여유 있게 승리했다.
대진 운도 좋다. 준결승까지 '만리장성' 중국 선수를 피할 수 있게 돼 메달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31일 밤 준결승에서 마주칠 가능성이 큰 중국 선수 중에도 상대전적 1승8패로 절대적 열세인 리샤오샤(3위) 대신 여러 차례 이겨본 적이 있는 딩닝(1위)과 같은 4강 조에 편성됐다.
김경아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그 과정을 겪어낸 덕에 올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한층 시원하게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려 노력하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성과를 올림픽에서 확인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편 1988년 서울 대회부터 탁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한국은 지금까지 모두 여섯 차례 올림픽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7개의 메달(금 3, 은 2, 동 12)을 수확했다. 중국은 총 24개 금메달 중 20개를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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