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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IPTV와 로컬리즘
입력2007-09-30 17:10:05
수정
2007.09.30 17:10:05
2000년 이후 한국사회에서 신매체 도입과 관련된 경험들을 돌이켜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즉 신매체가 도입됨으로 해서 수용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떠한 혜택을 줄 것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새로운 매체가 한국사회에서 어떠한 사회문화적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 등과 같은 본질적인 문제는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IPTV 문제만 봐도 그렇다. 현재 국회에서는 일곱 명의 의원들이 IPTV와 관련하여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이다. 이를 살펴보면 IPTV의 서비스 성격, 사업권역, 자회사 분리문제, 공정경쟁, 소유제한 등 중요한 문제에 대해 입장차이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제기한 바와 같이 IPTV의 사회문화적 역할이나 수용자를 위한 서비스 내용에 관한 심층적인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에서는 매체의 사회문화적 역할과 수용자의 입장에서 IPTV와 관련된 몇 가지 논쟁 사항들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우선 IPTV의 서비스 성격에 관해 살펴보자. IPTV의 성격규정에 대한 견해는 사업자들에 따라 다르며 첨예한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수용자(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방송임에 틀림없다. 기본적으로 방송은 ‘1 : 불특정 다수’ ‘일방향성’ ‘동시 공개성’ 등의 성격을 가지며 콘텐츠는 공급자가 전부를 공급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이에 비해 통신은 ‘1 : 1(또는 소수)’ ‘쌍방향’ ‘임의 시점’ 등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콘텐츠는 통신에 참여한 수용자들 스스로 만들어내는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IPTV에 한정해서 생각할 때 불특정 다수에 대한 일방적인 서비스로 서비스 특성이 지금의 지상파ㆍ케이블ㆍ위성방송ㆍ지상파DMBㆍ위성DMB와 다르지 않다.
더구나 IPTV는 디지털케이블TV를 시연한 결과 서비스에 있어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처럼 IPTV는 방송서비스가 주된 서비스이므로 방송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사용채널 운용과는 무관하게 채널패키징(편성)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IPTV는 케이블TV와 동일한 서비스로 간주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IPTV는 시장에서 케이블TV와 동일하게 규제를 받도록 하는 것이 당연하다.
IPTV는 사업권역에 있어서 지역사업권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문화다양성과 로컬리즘의 유지,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현재 한국경제의 공간구조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는 단핵형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도권은 인력ㆍ자원ㆍ산업이 집중돼 있는 반면 여타 지역사회는 내생적 발전 기반조차 갖추지 못한 곳이 많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언론에도 그대로 적용돼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신매체들의 대부분은 전국을 방송권역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신매체의 출현이 확산될수록 로컬리즘과 문화적 다양성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혹자는 이야기한다. 신매체 도입 이후 수용자의 선택 폭이 훨씬 많아졌으며 문화적 다양성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신매체가 출현하고 채널의 수가 증가했지만 채널 간 내용의 획일화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앞으로 정책당국은 IPTV를 비롯한 새로운 매체를 도입하는 데 있어 어떻게 하면 한국사회의 공공영역을 유지하면서 문화적 다양성과 로컬리즘을 발전시킬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체는 우리 삶에 편안한 휴식공간을 제공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정신 환경을 황폐하게 하는 크나큰 재앙을 가져다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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