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쌍용차에 대한 조기파산신청서를 낼 때 마음은 회생신청서였죠. 그동안 중립을 지킨 정부가 이제부터는 직접 나서서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내놨으면 좋겠습니다" 법무법인 산경의 허익범(51ㆍ연수원 13기ㆍ사진) 변호사는 쌍용차 파업이 끝난 지난 5일 올들어 처음으로 단잠을 잤다. 그는 지난 1월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협력업체측 대리를 맡은 이후 사태가 마무리되기까지 누구보다 더 바쁘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 대리를 맡은 이후 허 변호사가 조사를 해보니 협력업체의 90% 정도가 부품납품에 따른 무담보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쌍용차가 파산하게 되면 담보채권을 가진 금융권에 비해 채권회수가 불투명해질 것은 자명했다. 이 때문에 허 변호사는 협력업체들의 채권회수를 높일 수 있는 묘안을 찾는데 몰두했다. 그는 협력업체 채권회수 가능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380여개 협력업체의 실무 관계자를 일일이 만난 것은 물론 쌍용차 법정관리인, 채권은행 관계자 등도 빼놓지 않고 면담했다. 심지어 경찰 관계자들도 만나 정황을 파악할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인터넷 전용까페를 신설해 협력업체의 문의에 실시간 대응한 것은 물론이다. 그는 협력업체를 처음 대리하던 올해 초에는 서울과 평택을 오가며 일을 봤다. 하지만 쌍용차 노조의 점거파업이 장기화되고 쌍용차 파산여론이 확산되면서 사안이 다급해 지자 한 개의 협력업체 채권이라도 더 회수할 가능성을 찾기 위해 평택 현지에서 거의 먹고 자고 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막판에는 법원에 조기파산신청을 내는 등 배수의 진을 치기도 했다. 이 같은 압박은 결국 쌍용차 노조가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한 계기가 됐고, 파업장기화를 막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서울변호사협회의 파산법실무회장도 겸하고 있는 그는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할 때부터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며 "쌍용차 사태가 해결의 반환점을 돈 만큼 평택지역 경제를 함께 살릴 수 있는 진정한 '굿(good) 쌍용차'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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