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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크림반도 병합… 신냉전 전운] 푸틴 독주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트리플 강세'

9·11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

주가에 미치는 영향 크지 않고 외교적 타협점 모색에 무게

사태 장기화 가능성 무시 못해 글로벌 기업은 "러 투자 재고"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신냉전의 전운이 짙어지고 있음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이 평온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에 다시 한번 힘이 실리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결정이 사태의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한데다 서구권과 러시아 모두 군사충돌 등 극한의 대결을 피하면서 외교적 타협점을 모색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글로벌 증시는 돌발 사태에도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실물경제의 체감온도는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서구권의 대러시아 제재 강화 및 이에 맞선 러시아의 보복조치가 초래할 재앙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면서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크림반도 접수를 사실상 완료한 18일(현지시간) 미국 3대 지수(다우존스·S&P500·나스닥)는 1% 안팎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범유럽 증시인 Stoxx50지수는 0.81% 올랐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연일 급락세를 보이던 러시아 증시도 4.1% 급등하며 마감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지리적 인접성 등 때문에 사태전이 우려가 높은 동유럽 시장에도 푸틴의 결정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달러 대비 폴란드 즐로티화 가치는 0.57%, 헝가리 포린트화는 0.41% 올랐고 러시아 루블화는 0.11% 상승했다. 채권부도 가능성을 보여주는 러시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하락세로 반전하는 등 글로벌 시장은 푸틴의 독주에 '트리플 강세(통화·주식·채권 시장 호조)'로 화답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처럼 가중되고 있음에도 글로벌 시장이 안정적으로 흘러가는 데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 악화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마켓워치는 "시장이 미친(nuts)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과거에도 지정학적 요인, 즉 비경제적 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시장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21세기 들어 가장 큰 지정학적 사건으로 꼽히는 9·11테러 당시 뉴욕 증시는 45일 만에 주가 급락세를 회복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하버드대 교수시절 참여했던 관련 연구에 따르면 진주만 공습, 한국전쟁, 케네디 암살 등 49개 주요 글로벌 사건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평균 1.46% 변동하는 데 그쳤다. 비경제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만큼 크지는 않은 것이다.

다만 서구와 러시아가 외교적 합의점 도출에 실패하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적인 군사충돌로 이어질 경우 추가적인 금융시장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구권과 러시아가 서로 제재·보복의 강도를 높이려는 움직임만 보이는 점은 시장에 여전히 큰 위협요소다.



이러한 실물경제의 위기를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곳은 글로벌 기업들이다.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는 러시아와의 합작 벤처기업인 포드소예르에 대한 생산축소를 검토하고 나섰고 독일 대형 할인유통 기업인 메트로도 러시아 법인의 기업공개(IPO)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서구권의 러시아 고립조치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우려한 선제조치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불안감을 느끼면서 러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를 재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대기업 협의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역시 20일 척 헤이글 미 국무장관과의 워싱턴 회의 때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할 예정으로 알려지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제악화 가능성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2의 부흥'을 꿈꾸던 러시아 경제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이 좋을 리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 경제는 지난해 소비자 수요부진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2%포인트 폭락한 1.3%의 경제성장률을 보였는데 이번 사태로 올 2·4분기와 3·4분기에는 더욱 더 심각한 경기침체 국면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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